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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CC Apr 29. 2020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을 경험하다

실리콘밸리는 모든 엔지니어의 꿈의 도시이다.

많은 사람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스타트업을 차려서 멋지게 성공하는 꿈을 가지고 실리콘밸리에 모인다.

나도 그랬다.

어린 시절부터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은 장래희망을 가지고 있었고 대학교에 가서는 컴퓨터 공학을 전공을 하면서 언젠가는 내 아이디어로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싶은 꿈을 가졌었다.

그랬던 나에게 운이 좋게도 첫 직장이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이 된 것이다.

물론 꿈처럼 내 아이디어를 가지고 스타트업을 창업하게 된 건 아니었지만 대학을 갓 졸업 한 나에게 첫걸음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우선 나의 첫 직장이 된 스타트업을 간단히 소개를 하자면 당시 생긴 지 갓 1년을 넘었고 시리즈 A 투자까지 받은 나름 탄탄한 젊은 스타트업이었다.


* 스타트업의 투자 단계에 따라 시리즈가 나뉘는데 보통 시리즈 A, B, C, D 등으로 구분이 되고 그중 시리즈 A 투자는 최초 투자금이 되는 시드머니에 해당된다.


(스타트업 파이낸싱 사이클)

내가 입사했을 당시 회사 직원이 나를 포함 총 4명이 전부였는데 나는 창업자인 CEO, CTO를 제외하고 프로덕트 매니저 (Product Manager) 다음으로 들어온 2호 직원이었다.

창업자들은 미국에서 나고 자란 동양계 미국인들이었는데 CEO는 사회성은 좀 떨어지지만 똑똑하고 언변이 뛰어난 스탠퍼드 MBA 출신의 인재였고 CTO는 버클리 대학을 나와서 엔지니어로 오랜 경력이 있고 무엇보다 사회성이 좋고 사람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었다.


회사의 전반적인 첫인상은 좋았다.

물론 회사라고 불리기도 민망할 정도로 워낙 작은 규모의 회사였지만 산마테오(San Mateo) 지역 한 고층 빌딩에 사무실이 있어서 작지만 나름 좋은 전망과 근무 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회사 사람들도 열정이 넘치고 한 명 한 명 능력치가 엄청 뛰어났다.

이때만 해도 CEO, CTO, 프로덕트 매니저, 엔지니어 직책 상관없이 전 직원이 다 같이 코딩을 할 때였는데  다들 컴퓨터 전공에 엔지니어 경력이 있던 지라 모두가 다 같이 개발에 몰두하는 게 일상이었다.

회사 소프트웨어 프로덕트 첫 버전은 CEO가 회사를 창립하기 전에 집에서 혼자 만들다가 그 후 CTO를 영입해서 한 집에서 같이 지내면서 초기 프로덕트를 만들어내고 그 후 프로덕트 매니저(PM)도 영입을 해서 CEO의 지휘 아래 CTO는 백엔드 개발을 맡고 PM은 프론 엔드 개발을 맡아서 완성된 소프트웨어 프로덕트로 시리즈 A 투자까지 받게 되었다.

이 회사가 만들고 있던 소프트웨어는  B2B Enterprise SEO (기업용 엔터프라이즈 검색엔진 최적화) 마케팅 플랫폼 소프트웨어였는데, 간단히 설명하면 구글, 빙 등의 검색엔진들에서 회사들이 필요한 데이터를 대신 모아서 그걸로 회사들의 검색엔진 최적화를 도와주는 서비스와 빅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게 회사의 주력 비즈니스였다.

내가 맡은 첫 프로젝트는 클라이언트 웹사이트에 유입되는 유저 트래픽의 정보를 우리 쪽 서버로 보내주는 코드를 짜는 일이었다.

자바스크립트로 몇 줄 안 되는 코드였고 굉장히 간단한 코드였지만 나에겐 나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서의 첫 프로젝트였다.


* 자바스크립트( JavaScript)는 객체 기반의 스크립트 프로그래밍 언어인데 웹 브라우저 내에서 주로 사용된다.


그 당시엔 인지를 못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놀라운 건 내 첫 프로젝트의 클라이언트가 넷플릭스(Netflix)였다.

물론 지금 만큼은 아니지만 2009년 당시에도 넷플릭스는 꽤 큰 규모의 회사였는데 내가 맡은 프로젝트를 통해서 넷플릭스 홈페이지에 내가 짠 코드가 들어가서 넷플릭스 유저 트래픽 데이터를 가져오고 있다는 게 마냥 신기했다.

내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나는 순간이었다.


내가 입사 한지 3달 만에 회사가 다음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회사를 키워나가는 단계에 해당하는 시리즈 B 투자를 받은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던 당시 내가 기억나는 건 엄청난 두께의 서류에 사인을 해야 했던 것과 5¢ 였던 회사 주식이 20¢로 올랐다는 것이다.

회사 가치가 (서류상이지만) 3달 만에  4배가 오른 것이었다.

물론 나는 갓 대학을 졸업한 신입 사원이어서 입사하면서 받았던 스톡 옵션의 수가 워낙 적기도 했고 서류상의 숫자에 불과했기 때문에 가치가 4배가 오른다고 해도 크게 와 닿지는 않았다.


* 초기 자본이 충분하지 않은 스타트업들은 인재 채용을 위해서 연봉과 함께 보상으로 스톡옵션을 부여하는데, 여기서 스톡 옵션이란 주식매수청구권, 즉, 미래의 일정 시기에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신의 주식 또는 새로 발행하는 신주를 취득하거나, 인수하거나, 이를 포기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회사는 시리즈 B 투자로 받은 자금으로 회사 규모를 늘려가기 시작했다.

세일즈 팀을 만들고 엔지니어 팀도 늘려나갔는데 직원 수가 늘어나면서 사무실도 좀 더 큰 곳으로 옮기게 되었다.

이쯤 되니 제대로 된 스타트업 ‘회사’의 분위기가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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