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너 그 회사에 추천 해준 그 친구를 고소할 수도 있다. 너도 우리 남은 직원들을 추천해서 빼내가려고 하면 고소할 수도 있으니 조심해라."
1년 반 동안 같이 주말도 없이 밤낮으로 고생을 했던 초창기 직원한테 마지막으로 했던 CEO의 말이다.
사실 그것도 직접 말을 한 것도 아니고 CTO를 통해서 나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이 마지막 말이 그 CEO의 인성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내가 이직을 할 때 이 회사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의 리퍼럴을 통해서 이직을 하는 회사와 인터뷰를 보게 됐는데 그걸 알고선 이직 통보를 한 후 2주 동안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다가 마지막 날 CTO를 시켜서 나에게 이런 말을 전한 것이다.
거의 이건 뭐 ‘야 너 나중에 뒤통수 조심해라’ 수준이었다.
그 말을 듣고 화가 좀 났지만 그래도 마지막 인사 정도는 하고 가려고 CEO 사무실 앞에서 기다렸는데 나를 골탕 먹이려는 건지, 그냥 말을 하기가 싫은 건지 내가 기다리는 걸 알면서도 힐끗힐끗 창밖으로 보면서 눈치를 보더니 한참 뒤에야 나와서는 어색하게 악수를 해주고는 들어갔다.
11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 생각해도 참 어이없는 작별인사였다.
회사 초창기에 구글 출신 엔지니어들이 나와서 비슷한 아이디어로 경쟁 스타트업을 차렸다는 소식을 투자자들에게 듣고 와서는 그 회사의 뒷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조금 황당했던 것은 경쟁 스타트업을 견제한다고 했던 행동들이었다.
장난식으로 이제 막 시작하는 회사 이름으로 트위터, 페이스북, 도메인 등을 선점해서 어떤 랜덤 한 이름의 계좌인 양 등록을 해버렸다.
원래 다들 이렇게 한다는 말과 함께 자기들끼리 낄낄대며 좋아했다.
물론 당시 젊은 친구들로만 이루어진 스타트업이라서 아직 그런 장난스럽고 유치한 모습을 보일 수 있었겠지만 기본적으로 그런 모습들이 썩 맘에 들지가 않았다.
밤낮없이 열심히 일 하는 만큼 회사도 꾸준히 성장을 잘해나갔다.
성장을 하면서 직원 고용을 늘려갔는데 문제점들은 인터뷰하는 과정에서도 보였다.
동양인들이 모인 회사라 그런지 인도나 다른 나라 지원자들이 이름을 보면서 농담을 하면서 자기들끼리 낄낄 거리면서 조롱했다.
아마도 다들 동양 사람들이니까 뭐 어때 이런 마음으로 그런 행동을 보였을 수는 있지만 제대로 된 회사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가는 고소를 당할 수도 있는 큰 문제이다.
대기업에서도 인종이나 성 차별에 관해선 무지 엄격한데 아직 어린 스타트업이라 그런지 이러한 아마추어적인 모습들을 통해서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보였다.
회사를 나와서 몇 년 뒤에 직장 평가 사이트인 글라스 도어에서 이 회사의 평가를 한번 찾아본 적이 있었다.
★로 아예 안 좋거나 ★★★★★로 너무 칭찬만 늘어놓는 리뷰가 대부분이었다.
중간이 없었다.
왜 그런가 궁금해서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니 회사 평판을 좋게 관리하기 위해 직원들을 시켜서 자작 리뷰를 남기게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 회사라면 충분히 하고도 남을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자세히 보니 ★★★★★짜리 리뷰는 대부분 작위적으로 자작의 냄새가 강하게 나는 리뷰들이 대부분이었다.
아직도 저런 모습이 남아 있는 걸 보니 회사의 기본과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