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예술이다.

1.5 Art Gallery of NSW 아트 갤러리 뉴사우스 웨일즈

by 시드니 이작가

공업도시 울산은 문화의 불모지라는 오명을 갖고 있고 내가 공부하던 시절엔 국영수 중심이었고 음악과 미술은 암기과목이었기에 나에게는 문화와 예술은 너무 딴 세상의 이야기였다. 20대 서울에서 대학 다닐 때에도 대학 산악부에서 산적 같은 형들이랑 산에 다니며 작은 산적처럼 살았는데, 꿈에서라도 벚꽃잎 휘날리는 삼청동과 현대미술관을 이쁜 사범대 여학생들과 다니는 상상을 한다.


그러던 내가 그림을 좋아하게 된 것은 울산 G& 갤러리 김근숙 관장님 덕분이다. 한국에서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있을 때 친해져서 전시 큐레이팅 도와주고 전시회도 다니면서 예술가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특히 울산 북구 소금포 예술창작소에 레지던시 하면서 만나게 된 김영중 사진작가와 아프리카 오지에 컨테이너 도서관을 보내면서 예술가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배우게 되었다.


여하튼 가이들 일을 하며 처음 만나는 분들과 만나고 말도 많이 하고 또 헤어지며 감정을 많이 소비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쉬는 날이면 NSW 주립 미술관(Art Gallery of NSW)에 여유롭게 그림을 보며 마음의 평안과 사람이 그리워지는 시간을 가진다.


타운홀이나 세인트 제임스 역 (St James) 역에 내려서 하이드 파크 (Hyde park)와 세인트 메리 (St Mary) 대성당을 지나 로열 보태닉가든 (Royal botanic Garden) 방향으로 오면 된다. 로열 보태닉가든은 총독의 관저 (government House)를 중심으로 영지(Domain)가 있던 곳이고 호주 전역에서 가져온 식물, 나무를 심던 88,000평 규모 식물원이었다.


주립 미술관은 1874년 개관 이후 일반인에서 항상 무료로 개방한다. 유럽에서 몇 시간 줄 서서 입장료 내며 가던 미술관을 생각하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게다가 입구에는 우산이나 큰 짐을 맡길 수가 있고 시간별로 무료 도슨트 해설도 있고 특별히 금요일 11시에는 한국어 도슨트 선생님들이 하이 라이틀을 설명해주시니 나의 허세적 미술 지식이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일단 Early Australian Art관은 19세기 초 호주 풍경과 왈라비 트랙(wallaby track)이라 하여 궁핍했던 이민자들의 삶도 엿볼 수 있다. 한국에 미술대전이 있듯이 호주에서는 인물을 주제로 그리는 아치볼드(Archibald), 풍경을 그리는 윈(Wynn) 그리고 그 외에 술만(Sulman)이라는 큰 상이 있는데, 매년 4월에 심사하여 입선하거나 대상을 타면 호주 미술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된다.


안쪽 Early European Art 에는 르네상스 이후 1600대 유럽의 컬렉션들인데 여자 친구한테 아는척할 수 있는 팁을 좀 공유해보겠다. 우선 아기 예수의 얼굴이 얼마나 근엄한 어른이 아니라 귀여운 아기처럼 그려졌냐에 따라 르네상스의 진행을 가늠할 수 있다. 그리고 동인도 회사를 통해 해외에서 가져온 신기한 과일이 있는 네덜란드의 정물을 보면 종교개혁 이후 그림의 주제와 고객이 바뀌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고 해골과 파리 등을 통해 죽음이라는 피해 갈 수 없는 삶의 유한함을 엿보기도 한다.


바로크 로코코를 지나 신고전주의 작품들이 크기로 압도한다. 지혜의 왕 솔로몬 왕과 절세 미녀 시바의 여왕도 있는데 시바가 지금의 에티오피아이고 미모뿐만 아니라 커피로 솔로몬의 환심을 샀다는 애기도 있다. 알렌산더 대왕이 “너의 소원이 무엇이냐”라고 물었더니 “왕이시여, 햇빛을 가리지 마시오”라고 하며 자족의 삶을 살았던 철학자 디오게네스도 계단 옆에 비슷듬히 앉아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연신 사람들이 와서 사진을 찍어가는 Nude in Rocking Chair(1956)를 그린 피카소(1881~1973)는 평생을 부와 명애 그리고 많은 여인들과 사랑과 소문을 남기며 떠난 스페인의 천재화가이다. 흔들의자에 앉아있는 여인은 마지막 여인 재클린 로크(1927~1986)인데 공식적으로 두 번째 부인이고 그녀의 초상화만 400여 점 그렸다. 그녀가 꽃다운 26세에 72살의 피카소를 만나 20년을 같이 살고 1973년 피카소는 92세의 나이로 그녀 곁에서 숨을 거두게 된다. 피카소가 죽고 유산문제로 법정 다툼이 있었고 장례식에도 가족을 초대하지 않은 그녀를 돈을 밝히는 나쁜 여자로 생각했었지만 사실 그녀는 자신의 재산으로 피카소의 작품을 사 모으고 피카소가 죽은 10여 년 뒤 그의 무덤에서 59세의 나이에 권총 자살로 피카소를 따라갔던 진정으로 피카소를 사랑했던 여자였다.


그와는 반대로 평생을 가난과 절망 속에서 마음의 병까지 앓다가 하늘의 별이 된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라는 남자의 작품도 있다. 캔버스 크기가 30 X 40cm로 작아서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감자 먹는 사람들 중의 농부의 그림이 있으니 놓치지 말자.


로비로 나와서 왼쪽으로 가면 Modern Australian Art 가 있는데 호주 현대 미술에서 대세가 바로 western desert art 애보리진들의 작품인데 원색적인 색상에 점묘화와 역동적인 패턴들이라서 눈을 떨 수가 없다. 호주의 원주민이었던 애보리진의 깃발이 상징하듯 빨강은 흙, 대지이고 검정은 그들의 피부 그리고 노랑은 이글거리는 태양에서 온 색상이라 그들의 작품은 생명력이 넘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유칼립투스 나무의 껍질을 벗겨서 그린 Bark Painting, 우리의 장승처럼 무덤가에 세우던 장식품도 보인다.


또 주목할 작품은 90세가 넘으신 지금도 작품 활동을 하는 존 올슨(John Olsen)의 1963년작 five bell는 시드니항을 큰 어항처럼 블루의 시원한 원으로 뻗쳐나가는 물길을 표현한 작품인데, 그는 오페라하우스에 My Salute to Five Bells 작품이 대변하듯 시드니를 사랑하는 호주 최고의 예술가중 한 명이다.


Sidney Nolan은 골드러시가 한창이던 1850년대 철갑옷을 입고 다녔던 호주 산적 Ned Kelly를 First-class mask man (1946년작) 시리즈로 그려 유명하다. 울트라 마그네틱 블루의 시원한 시드니항과 하얀 오페라하우스를 자신의 라벤더 베이 발코니에서 그린 발코니 2(1975년작)의 브렛 휘트니(Brett Whitney) 작품도 있다. 서리 힐에 스튜디오, 밖에 있는 긴 성냥 조각의 작가이다. 또 스테인스 틸로 제작되어 멀리서도 반짝거리는 고개를 떨군 말총머리의 캡틴 쿡도 갤러리의 인기스타이다.


지하 1층은 아시아관과 입장 티켓 별도 구입을 해야 되는 특별전과 아주 전망 좋은 카페가 있고 지하 2층은 원주민 애 보리 진관이 있다. 미리 홈페이지를 통해서 주요 작품들의 배경을 미리 공부하고 2시간 정도 여유를 두고 맘에 드는 작품은 사진도 찍어 집에 와서 복습을 하면서 그 작가나 작품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자. 그럼 그림 보는 재미가 더욱 커지고 삶이 풍성해진다.


카페에서 차도 한잔했고 이제 밖으로 나와서 벤자민 나무 터널을 지나 미시즈 맥콰리 체어(Mrs. Macqurie's Chair)로 가자. 해가 낮게 비추는 오후 4시쯤 빛이 가장 아름다운 색깔을 만드는 골든 타임이다. 특히 이곳은 맥콰리 총독을 기다리던 부인이 기다리던 시드니항이 한눈에 보이는 인생 샷을 건질 수 있는 곳이다.


flyig fox라고 불리는 박쥐들이 내 두 팔로도 안을 수 없을 만큼 큰 개무 화과 나무(Figtree)에서 쉬고 있고 따가운 호주 햇살을 피할 수 있는 넉넉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 거지 새라 불리는 아이비스(ibis)가 긴 부리로 잔디밭을 이리 저래 헤집으며 먹을 것을 찾고 놀란 앵무새 코카투(Cockatoo)가 노란 깃털을 삐죽 세운다.


한여름밤 크리스마스에는 캐럴이 울려 퍼지고 별빛 아래서 오페라는 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극장이 바로 여기이다. 사람과 자연과 예술이 함께 살아 숨 쉬는 이곳으로 꼭 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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