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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개연성 Apr 14. 2019

자율 출퇴근제 왜 시행할까?

일하는 문화가 바뀌고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친한 사람이 스타일쉐어로 이직했다. 스타일쉐어는 10대, 20대 여성이 주로 사용하는 패션·뷰티 SNS 플랫폼으로, 작년에 29CM을 인수하고 연 거래액이 1,200억 원을 돌파했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그가 이직한 뒤 나에게 회사에 대해 알려준 것들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스타일쉐어의 파격적인 조직문화와 복지였다. 자율 출퇴근제, 점심과 저녁 식대 지원(금액 제한 없이), 5년 이상 근속 시 해외여행 지원 (금액 제한 없이) 등등.


스타일쉐어의 사내 복지에 대해 잘 정리된 기사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이 자율 출퇴근제였다. 10시부터 7시까지 근무를 권장하긴 했지만 출퇴근 시간에 대한 개인의 자율성이 충분히 보장된다는 사실을, 실제로 시간에 전혀 구애받지 않고 출근하는 지인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늦잠을 자면 늦잠을 자는 대로 출근했다.) 또 원한다면 재택근무도 가능한 말 그대로 '자유로운' 근무 환경을 갖고 있었다. 아침마다 출근하는 데에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인에게 꿈같은 이야기였다. 그 꿈같은 이야기가 외국 먼 나라 선진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최근 한국에도 가능해지고 있는 것이다.




저번 주 커리어 밋업을 했을 때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그러다 한 학생에게서 "회사 사람들이 대부분 젊은 나잇대일 것 같은데, 나이가 많은 사람도 있나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이후에 회사의 대우는 어떤가요?"라는 질문을 들었다.


사실 바로 그 이유로 많은 여성들이 안정적인 직장을 가려고 한다. 젊었을 때야 상관없지만, 출산 이후에 불이익과 경력 단절을 피하기 위해서는 출산 휴가 같은 대기업의 복지 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내가 이야기한 것이 바로 자율 출퇴근제의 확산이었다. 출근 시간이 자유롭고, 재택근무가 가능한 스타트업이 오히려 엄마로서 더 나은 근무 환경일 수도 있다고 말이다. 일에 대한 접근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그러자 또 누군가 "회사에서 왜 그런 복지를 제공할까요?"라고 물어봤다. 그 이유에 대한 내 생각은 아래와 같다.


1. 치열해지는 인재 경쟁


스타일쉐어와 같은 스타트업에서 파격적인 복지를 제공하는 이유를 HR적인 측면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모든 업계의 상황이 좋지 않지만 유일하게 IT 업계는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리고 그만큼 좋은 인재를 구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글로벌화와 저출산,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앞으로는 IT 업계뿐 아니라 업계 전반적으로 이런 경향이 확산될 것이라고 감히 예측해본다.


기업 간 경쟁의 최후 단계는 인재 경쟁이라고 생각한다.
-바이두 창업자 리옌홍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작은 조직일수록 한 명 한 명의 팀원이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그만큼 더 좋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자신들의 조직 문화를 알리는 데에 힘쓰는 곳이 많다. 일례로 배달의 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 형제들은 개발자를 영입만을 위한 부서를 따로 두었고, 토스를 서비스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조직 문화를 알리기 위한 블로그를 운영한다.


토스 팀의 이야기를 전하는 토스 공식 블로그


이렇게 좋은 조직 문화를 끊임없이 만들어가고 그 사실을 대내외적으로 끊임없이 어필하는 것은 그만큼 좋은 인재에게 매력적인 기업으로 보이고자 하는 것도 있지만 더 나아가 기존의 직원들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자율 출퇴근제인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는 한 지인은 "만약 자율 출퇴근 제도를 폐지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직할 것이 분명하다. 이런 복지를 제안하는 스타트업이 이미 많은 상황에서, 굳이 불편함을 감수하며 이 회사를 계속 다닐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 생산성


IT 업계의 회사들은 사실 무서울 만큼 합리적인 문화를 추구한다. "원하는 시간에 출근해서 원하는 시간대에 일하라"는 것은 사실 "네가 가장 일 잘하는 시간에 일해라"라는 말과 같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모두 출퇴근하는 시간에 만원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줘서 업무에 지장이 생긴다면, 차라리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시간에 출근하고 그 에너지로 더 생산성을 높이라는 것이다.


재택근무도 같은 맥락이다. 만약 집이나 카페와 같은 사무실 외에서 일하는 것이 더 일이 잘 된다면, 굳이 사무실을 고집할 필요가 없는 것다는 것이 재택근무를 실행하는 기업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일을 더 잘하기 위한 방법'으로 리모트 근무를 시범적으로 도입한 원티드의 이야기


언젠가 블로그에 정리했던, 스마트스터디 김민석 대표의 커리어 토크가 이 같은 점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서 인용한다.


"출퇴근 시간 자유: 언제 출근하고 언제 퇴근하는지 감독하지 않겠다.

휴가 무제한: 누구나 가장 좋은 컨디션을 유지했을 때 가장 좋은 성과가 나온다.

근무지 자유: 집에서 일하던 회사에서 일하던 가장 효율이 좋은 곳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스스로는 이 문화가 스마트스터디의 문화라고 이야기하는 게 썩 좋지는 않아요. 본질을 오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언제 어디서든 일할 준비가 되어있다'라는, 조금 더 무서운 얘기예요. 휴가 무제한? 중요한 건 휴가 자체보다도 누구나 본인 컨디션을 유지했을 때 가장 좋은 업무 성과가 나올 거라는 믿음입니다. 저는 가서 일하라고 해요. 그게 기분 전환이 되고, 업무 효율 이 더 높다면 그렇게 일해라. 반대로 말하면 한 달 휴가 갔는데 연락이 끊어지면 안 됩니다. 그게 스타트업이 일하는 방식입니다."




앞으로는 일에 대한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해질 것이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곳으로 출근해서 일하는 것이 미래에는 보편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2018에는 전 세계의 전 세계 사람들의 3분의 2가 일주일의 한 번 이상 회사가 아닌 곳에서 원격 근무를 한다는 통계 결과도 있었다(전 세계 산업 전문가 1만 8천 명을 조사한 결과 - 출처 IWG). 스타트업에서만 이런 제도가 가능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출판사에 다니는 나의 지인도 최근 시범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 재택근무를 도입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관련 기사: 전 세계 70%의 사람들이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 이상 원격 근무를 한다


리모트 근무가 보편적이 된 사회에서는 무엇이 중요할까? 기업은 물리적 공간으로서 오피스가 아닌 조직 문화로서 정체성을 더 뚜렷이 하고, 그것을 대내외적으로 활발히 소통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기업 브랜딩(고용주 브랜딩 - 고용주로서 자신의 회사를 브랜딩 하는 것)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다. 개인은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개인의 경쟁력을 높여야겠지만, 무엇보다 언젠가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미래에 원하는 삶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내가 만나본 사람들 중 가장 본인이 원하는 삶이 명확했던, 디지털 노마드 루시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친다.



참고할만한 글: 디지털 노마드 루시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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