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CAREER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개연성 Jun 02. 2019

이직하고 5개월 만에 두 번째 퇴사

직업 선택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


#1


옛날에 쓴 일기를 종종 다시 보는데, 내가 쓴 글인데도 이런 생각을 했었다니 하며 놀랄 때가 있다. 특히 요즈음엔 더 그런 생각을 자주 한다. 일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최근의 나보다, 과거의 내가 오히려 더 다양한 생각과 고민을 했던 것 같다.


#2


여느 때처럼 과거 일기를 보다가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글을 발견했다. 2017년 11월에 쓴 일기인데,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강박적으로 글을 쓰고, 하루 종일 어떤 글을 쓸지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졸업을 늦게, 6년 반 만에 했는데 마지막 1년 6개월 동안 직업 탐색을 치열하게 했다. 특히 대학교 시절 거의 내내 교지 활동을 하며 글쓰기가 재밌다고 생각했던 터라 ‘글쓰기를 직업으로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었고, 이를 알아보기 위해 관련 인턴 활동을 2017년 내내 활발하게 했다. 이전부터 꿈꾸던 잡지사 인턴부터, 글을 쓰는 일이라고 해서 무작정 지원했던 카카오의 어시스턴트를 거쳐 HR 스타트업의 콘텐츠 크리에이터까지.


HR 스타트업의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사실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된다는 것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채로 무작정 이것저것 경험하다 보니 시작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이켜보면 이때만큼 치열하고 재밌게 일했던 때가 있었나 싶다.


그전에 잡지사와 카카오 어시스턴트로 일했던 때는 내 콘텐츠를 만들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내가 기획하고 콘텐츠를 제작하게 되니 책임감은 커졌지만 그만큼 많은 권한에 신이 났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일한 지 세 달쯤 되었을 때인가. 하루 종일 글을 쓰고, 또 어떤 글을 쓸지에 대해 고민하다 녹초가 되어 집에 오던 어느 날 문득 어리둥절해졌다. ‘내가 언제부터 글쓰기에 대해 이렇게 많이 생각했지?’


사실 이전부터 글 쓰는 직업을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하나의 옵션일 뿐이었다. 좀 해보다가 이 길이 아닌 것 같으면 언제든 다른 길로 가지 뭐. 이런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아직 젊고 미래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할 때였으므로. 이 세상에 멋있는 직업은 너무나 많아 보였으므로.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글을 쓰지 않는 나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글을 쓸 것이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이전까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글을 썼다면 언젠가부터 더 이상 그런 마음이 아니었다. 누군가 내 글의 가치를 형편없다고 하고, 나보고 재능이 없다고 하더라도 상관없었다. 나는 스스로를 위해 글을 쓰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이전에 글 쓰는 직업을 하나의 옵션으로 생각했던 것은 일종의 방어기제였다. 남들과는 좀 다른, 어쩌면 미래가 불안한, 혹은 남들의 시선이 곱지 못할 수도 있는 선택을 하기가 마음 한 편으로 두려웠던 것이다. 그런데 정신없이 몰두하다 보니 어느새 그 두려움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이게 내 길이라는 것을 머리보다 마음이 먼저 알고 있었다.


#3


생각해보면 2017까지 직업 선택에 대해 많은 고민과 내적 갈등이 있었다. 그런데 2019년 6월 현재는 놀랄 만큼 일에 대한 생각이 확고하고, 마음이 평온하고, 언어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내가 선택한 길에 대한 일종의 확신이 있다. 돌이켜보면 경험하고 깨닫는 과정을 거쳐 그런 평온함이 생긴 것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나는 경험이 무엇보다 가치 있다고 믿는다. 생각이 아무리 많아도 경험해보아야 안다. 마음이 가는 그 방향으로 정신없이 달리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괜찮다는 마음이 드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 마음가짐이야말로 내가 정말 사랑하는 일, 평생을 하고 싶은 일, 라이프워크를 찾는 분기점이 아닐까. 실제로 세상의 많은 직업인들이 나와 같은 과정을 거쳐 그 자리를, 자신의 일과 삶을 기어코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닐까.


#4


새 직장에 들어간 지 5개월 만에 퇴사를 하고 프리랜서 선언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 들어오는 일거리가 있었고, 감사하게도 나를 찾는 곳도 있었다. 앞으로의 날들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많이 어렵고 생소하겠지만 그래도 불안하지는 않다. 내가 이토록 사랑하는 일을 계속 할 거니까.


회사에서도 아쉬워했지만 나의 마음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결국 축복해 주었다. 전 팀장님 말마따나 나는 "욕심이 아주 많은, 탐욕스러운" 사람일지도 모른다. 뭐, 욕심대로 살아봐야지 어쩌겠어!



Find your lifework, create your lifestyle!
나는 일이 나에게 하나의 삶의 방식이기를 바란다.





아직까지도 내겐 싸이월드 다이어리가 가장 사적이고 편한 기록 수단



※ 커버 사진은 전 직장 동료 arisu의 사진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조직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