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로로를 본격적으로 만난 건 2007년이었을 거다.
휴대폰 벨소리가 뽀로로 1기의 주제곡이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아들과 함께 첫 영화관 나들이.
아들만큼이나, 나는 나대로 감명을 받았다.
엔딩크레디트를 모두 보고 마지막에서야 극장을 빠져나왔다.
인공지능과 경쟁할 필요도 없었다.
인공지능은 저대로 대단했고, 뽀로로 밴드는 즐겁게 놀았다.
인공지능과 싸우거나, 좌절할 필요도 없었다.
이러다간 인공지능에게 진다며 아이들을 닦달하고 초조해할 필요도 없었다.
아이들은 그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에 몰입하며
그 행위를 즐길 뿐이었다.
아이들의 싫증은 좌절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으로의 방향 전환일 뿐인지도 모른다.
걱정할 대상은 오히려 어른들이 아닐까?
인공지능과 인간에 관한 낙천적인 전망.
그러나 소위 전문가들의 낙관론이나 비관론보다
더 깊이가 있었다.
그래, 뽀로로. 어쩌면 우리가 반드시 실현해야 할 희망적인 미래인지도 몰라.
모두 함께 즐겁게 노는 것으로 충분한 미래 말이야.
영화 마지막에 눈물을 찔끔 흘린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동심은 언제나 초월적인 힘을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