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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생 Jan 21. 2024

아름답게 지고 있는 사람을 위하여

아름답게 이기는 순간을 위하여

'역전극'은 짜릿하다.

그러나 역전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 반드시 필요하다.

답답한 마음. 패색이 짙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을 때 찾아오는 극적인 기회. 그때, 그전과는 다른 맹렬한 기세로 승리를 쟁취하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역전에 성공한 자에게 찬사만 쏟아지는 건 아니다.

아주 가끔, 어쩌면 제법 많은 사람이 뒤에서 소곤거릴지도 모른다. 왜, 진작에 그렇게 하지 않았느냐고.


일부러 고전하는 사람은 없다. 일부러 모든 힘을 쏟아붓지 않는 사람은 없다. 단지 자신의 힘을 이용할 저마다의 계획은 있다.

일부러 역전 시나리오를 준비했으리라 생각할 수도 없다. 패배를 용인하지 않는 냉혹한 현실 앞에서, 패배의 위험을 무릅쓰고 위험한 시도를 할 필요가 있을까.


역전에 성공하는 사람은 누구보다 강한 평정심을 가진 사람이다.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힘을 배분한다. 자신의 승리를 예감한 상대가 비웃는 듯한 눈빛으로 공격의 고삐를 늦출 때를 노리는 침착함은 그의 강인함을 상징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이 준비한 것을 제대로 쏟아부을 잠재력이다.


왜 빨리 공격하지 않느냐고, 무얼 주저하고 있느냐고, 망설이고 있느냐고 쉽게 재촉하지만 상대의 거센 공격을 받아내면서도 날카로운 이빨을 품은 평정심으로 기회를 노리고 있을 그.


이제 패색이 짙어 보이는 그를 향한 비난을 잠시 거두어 달라. 그건 단지 그의 결투 현장을 벗어난 당신의 시선일 뿐. 그는 상상할 수 없는 맷집으로 상대방의 공격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상대방의 심리를 읽고 있다.

그는 결코 쓰러지지 않을 것이기에, 마침내 찾아올 단 한 번의 기회에 아름답게 승리할 것이다.


*중세 한국어에서 '아름답다'는 '나답다'는 의미였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은, 모두 저마다의 인생을 살아낼 수 있는 바로 그 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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