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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뽑히는 자의 변명

by 정선생

식물로 태어난 자는 스스로 삶을 시작한 적이 없다

식물로 태어난 자는 스스로 삶을 버린 적도 없다


식물로 태어난 자는 주어진 자리를 탓하지 않는다

죽을 자리라면 겸허히 죽는 자

죽지 않으려 애쓰지 않는 자


주어진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자

스스로 뿌리 뽑지 못하는 기구

죽어서도 스스로 사라지지 못하는 슬픈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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