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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생 Mar 30. 2024

대체하다 대신하다 대처하다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베트남 매체 'VN 익스프레스트'는 29일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대표팀 사령탑 복귀 가능성에 능숙하게 답했다"라고 밝혔다. 박항서 감독은 별다른 반응 없이 웃음으로 대체했다.

https://sports.news.nate.com/view/20240329n17105


물으면 대답하는 것이 인지상정.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고 웃기만 하는 사람에게 "물었으면 대답을 해!"라고 화를 낼 수도 있다.

'비언어적 요소'로 대답했음을 강조하려면 웃음으로 대체했다는 표현도 이상할 것도 없다.

곤란한 상황에 맞서 어떻게 행동을 했는가를 나타내려면 웃음으로 대처했다가 적절할 것 같다.


'대체'는 "다른 것으로 대신함"을 가리킨다. '대신'은 "어떤 대상의 자리나 구실을 바꾸어서 새로 맡음. 또는 그렇게 새로 맡은 대상."을 가리킨다.

'대체'는 '-하다'가 없어도 행위(동사)의 성격을 나타낸다.

반면 '대신'은 '-하다'가 없을 때 기존 대상과 같은 자격임을 가리킬 수 있다. '신(身)'이라는 한자 때문에 그렇다고 상상할 수 있다.

"라면이 밥 대신이다." 밥 대신 라면이다라고 하면, 라면은 밥의 역할을 맡아서 수행하는(동사) 동시에 밥과 똑같은 자격(명사)을 갖는다.


'-하다'가 붙으면 뜻이 달라질까?

'대신하다'는 "어떤 대상의 자리나 구실을 바꾸어서 새로 맡다."가 된다. 자격은 사라지고, 행위가 남는다.

'대체하다'는 "다른 것으로 대신하다"로 풀이된다. '대신하다'와 '대신함' 사이에는 명사형이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다.


축구를 향한 열정은 베트남도 대단하다. 예전에 알던 베트남 친구도 축구를 굉장히 좋아했고 잘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지역 예선을 거칠 때면, 일희일비하게 마련이다. 패배를 거듭할 때는 이른바 '황금기', '황금세대'를 그리워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는 과거일 뿐, 돌아와 달라고 부탁하는 이에게 긍정이든 부정이든 확답하는 것은 또 다른 상처를 남길뿐이다. 잘해도 본전이고, 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웃음으로 대체했든 웃음으로 대신했든 웃음으로 대처했든, 위기 상황을 잘 관리했다는 베트남 언론의 판단이 정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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