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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답잖다

옷장 앞에서

by 정선생

옷이 많죠?

좋아하는 옷은 많이 없어요

그래도 필요한 옷이죠

아무것도 안 입고 갈 수는 없죠


속옷은 감추어져 있어요

보여줄 수 없지만

가장 신경 쓰는 옷이지요

가장 좋아하는 옷은

대부분 속옷이에요


양말도 있어요

하루 종일 신발에 갇혀 땀에 젖고

돌아오면 바로 벗겨져

내던져지지만요

없어서는 안 되죠


옷이 많아요

이렇게나 많지만

입을 만한 게 없는 옷장 앞에서

아침마다 신중히 옷을 골라요


꼭 맞지 않는 기성복이지만

안 입을 수 없는 옷 한 벌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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