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답잖다

바보, 사거리

by 정선생

더위에 지친 행인들 사이로 한 남자가 절뚝절뚝 지나가는데

모두가 외면하지만 나는 그가 삼식이라는 걸 안다


그 시절 삼식이의 시비에 맞서 싸우지 않았던 실없는 반응을 주고 받으며

삼식이처럼 바보가 되어도 좋았던 나의 선배들


이제는 이마가 훤한 삼식이가 한 사내와 이곳 사거리에서 거친 말과 험악한 표정으로 맞붙었다


사내는 자신이 위대하다고 여길까 불혹을 훌쩍 넘긴 삼식이와 대립하면서

사거리의 평화를 지킨다고 생각할까 동네 바보 삼식이를 몰아붙이면서


문득 삼식이가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문다 한심한 듯 사내를 바라본다

이곳 사거리에서 삼식이는 바보가 아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옥산부락 朴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