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양 옥산부락에
마루에 앉아 저― 앞을 보면
덕유산 자락이 보이는 집,
대궐 같이 지어놓은 시골별장 옆에
칠팔십은 족히 되는 낡은 집이
개집처럼 초라하다
할머니 집 좁은 마당에서
아버지 어머니는
길 막힐 시간을 피해 가려
준비가 한창인데
내어놓을 것도 없다면서
할머니는 구부정히
비닐봉지를 마룻바닥에
내어 놓는다
아들 며느리의 손사래는
보지도 못했는지
깨끗할 것도, 정갈할 것도 없는
비닐봉지들을 계속해서
꺼내 오시는데
아무리 찾아도 정작 주고 싶은 걸,
못 찾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참아도, 차마 주고 싶은 걸
못 참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