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월 아들 녀석이 엄마와 다니는 문화센터 강좌명은 "트니트니"이다. 이름부터 귀여운 이 강좌의 담당 선생님이 해당 프로그램 강사평가에서 1등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번 학기는 수강생이 배는 넘게 늘어났다고 들었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면서 "트니트니"의 시스템도 조금씩 바뀌었다고 아내에게 들었다. 우선 이 강좌의 앱이 개발되어서, 활동에 관련된 여러 자료들을 보고 들을 수 있고,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공유할 수도 있다고 한다.
예전 "파니파니 스쿨" 강좌와 지난 학기 "트니트니" 때는 강의를 시작하면 해당 학기 활동에 사용하는 음악이 든 CD를 줬었는데, 이제 앱이 나왔으니 그런 '아날로그' 감성은 느낄 수 없게 될 것 같다. 물론 아들 녀석은 여전히 CD를 넣어서 음악 듣는 것을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하고 좋아하지만 말이다.
나는 아들에게 텔레비전은 보여주지만, 스마트폰으로 아들을 달래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외식을 가서도 아들을 밥 먹이기 위해 스마트폰을 활용한 적이 없다. 투정부리면 그냥 안아서 혹은 목마 태우고 나가서 논다. 밥을 빨리 먹거나, 아내와 교대로 먹는다.
그 이유는 다들 아는 것처럼, 그저 손만 갖다 대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스마트폰이(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은 스마트폰의 본질이 '터치'에 있다고 했다. 그것은 누구에게도 즉각적으로 기대하는 반응을 얻지 못하는 현대인들을 위로해 주기 때문이란다) 아들의 발달과정을 '비약할 것 같아서'이다. 내가 어릴 적에 보고 자란 텔레비전은 그나마 리모콘으로 물리적인 조작을 가해야 하고, CD 플레이어 역시 CD를 넣고 뚜껑을 덮고 버튼을 '꾹' 눌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런 번거로움은 차근차근한 성장을 적어도 방해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들은 심심할 때마다 책꽂이에 있는 책(엄마 책, 아빠 책, 지(?) 책, 혹은 앨범)을 들고와서 책장 넘기는 걸 좋아한다. 요즘은 제법 책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공부를 잘 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지만(정말이다), 감각을 천천히 차근차근히 발달시켜 나가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여긴다.
아무튼 세상은 빨리 변하고 있다. 이제 번거로움이라는 단어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아니면 세상 모든 것들이 너무 빨리 '번거로운 것'이 될지도 모른다. 그럴수록 나는 번거로운 조작을 해야만 하는 물건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는다.
아마, 아내의 임신 초기 아버지께서 사주신 CD 플레이어다. 마트에서 파는 저렴한 물건이다. 현재는 아들의 동요 CD를 열심히 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