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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생 Jul 19. 2019

호기심 대마왕

아들에게 밥을 싸 주려고 조미김을 뜯으면 실리카겔이라는 제습제(방습제)가 들어 있다. 포장지에는 '인체에 무해하나 먹지 마세요'라는 경고 문구가 적혀 있다. 그걸 볼 때마다 어릴 적 생각이 난다. 


초등학교 1학년인지 2학년인지 모를 시절에, 골목에서 뭘 먹다가 실리카겔이 들어있는 걸 발견했다. 하지 말라는 건 꼭 하고 싶은 게 사람 심리라, 그걸 너무 먹어보고 싶었다. 포장지를 뜯어 혓바닥에 실리카겔 몇 알을 올려 봤다. 효과는 확실했다. 혓바닥에 침을 빨아들이면서 문어빨판처럼 들러붙었다. 타닥타닥하면서 들러붙는 게 재미있어서 친구들에게 권했다. 아마 다들 피했던 걸로 기억한다. 


'무독성'이라는 것들은 조금씩 먹어 봤던 것 같다. 지우개 싸움하기 좋던 크고 물컹한 지우개(점보 지우개), 딱풀이 대표적이었다. 지우개는 그냥 퍽퍽하고 씁쓸했고, 딱풀은 달짝지근한 향을 품은 맛이었다. 밥으로 만든 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알게 모르게 먹은 것들도 참 많다. 종이도 조금 찢어 먹어 봤고, 장난감 조립하면서 플라스틱 조각도 먹었고, 개미며 날파리 같은 작은 곤충도 먹어 봤으니 이 정도면 아무거나 막 먹고 자란 사람이다. 


물론 이런 일들은 나의 생명을 크게 위협하지 않았다. 지금도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 다만 아직도 기억에 나는 게 휴지를 뜯어 작게 뭉친 다음 귓구멍에 집어넣었던 일이다. 그건 조금 심각했다. 혼자 조용히 앉아서 양쪽 귀에 각각 대여섯 개 정도를 넣었을 무렵, 그게 고막을 건드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말을 하거나 입을 벌리면 부스럭 거리는 소리도 났다. 그래서 엄마에게 말했던 기억이 있다. "엄마 귀가 이상해". "왜?" "휴지를 넣었거든" 화가 단단히 났을 엄마와 함께 병원에 가서 흡입기로 빼냈던 기억이 난다. 참, 골칫덩어리 아들이었던 게다. 그래서 호기심 대왕이 아니라, 호기심 대마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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