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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와 새 차(1)

無慕한 우리

by 정선생

셀프 세차장을 찾는 사람에게 자동차는 어떤 의미일까?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대상일 수도 있고, 자신의 분신처럼 소중한 존재일 수도 있다.

물론, 평생을 세차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만큼 더러워져야 세차를 하는 사람도 있다. 주유소에 있는 세차 기계에 차를 맡기는 사람도 있고, 어설프게 작업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전문 손세차를 맡기기도 한다.

하나의 물건을 아끼면서 사용하는 일은 대단히 힘들다. 물건을 아끼는 것이 힘들다는 말이 아니라, 물건을 너무 아끼면 그 물건을 모시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주객전도다. 자동차는 이동수단이지 흠집 하나 남기지 않아야 할 유물이나 보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용하는 물건 중에 값이 가장 많이 나가는 만큼, 기왕이면 다른 사람에게 멋지고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마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자동차를 아끼는 기간이 보통은 새 차에 준하는 시기까지라는 사실이다. 수입차의 평균 보증기간을 기준으로 3년 정도가 자동차를 아끼기 가장 좋은 시기인 것 같다. 그 기간이 지나면, 부품에 피로가 누적되기 때문에 성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더 이상의 세차를 진행하기보다, 중고차로 팔고 새 차를 사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예전에 한 지인은 정비시기가 다가오는 자동차를 팔고, 새 차를 구매하는 게 훨씬 이익이 아니냐는 논리는 펼치기도 했다. 당시 나는 맞장구를 치기도 했지만, 완전히 동의할 수는 없었다.


주차장을 지나다 보면, 세차를 하지 않는 새 차도 가득하다. 그들에게 자동차는 새벽 출근과 밤늦은 퇴근을 위한 이동수단이다. 그들에게는 자동차를 아낄 여유가 없다. 아낀다기보다 관리할 여유가 없다고 말하는 게 정확하겠다. 그 대신 월급을 모아 새 차를 장만할 수 있다는 생각은 존재할 것이다. 2년 정도가 지나 새 차로 바꾸는 사람이 적지 않다. 살고 있는 집값이 올랐을 때 그 집을 팔아 은행 빚을 얹어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새 아파트를 구매하는 것처럼, 명품을 중고로 구매하고 아껴 쓰다가 다시 매도하고 새로운 중고 명품을 매수하는 것처럼, 언제나 우리는 새로운 물건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셀프 세차장을 찾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특히 아주 오래된 국산 자동차를 몰고 와서 천천히 걸레질을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10년 만에 차를 바꾼 내가 이 차를 10년 넘게 잘 타고 다닐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때도 지금처럼 새벽에 일어나 셀프 세차장을 찾을 것인가를 생각한다.


중고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어떤 물건을 오래 사용하는 일이 오히려 무의미해지는 것처럼 보인다. 중고거래의 취지는 오래되었지만 준수한 성능을 갖고 있는 물건을 새 제품 대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버리기에는 아까운 정든 물건을 꼭 필요한 사람에게 넘겨 계속 쓰일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중고거래가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재테크처럼 변질되는 듯하다. 폐기되는 물건이 넘쳐나는 지구에서 중고거래는 폐기물을 줄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지구에서 인간은 새로운 물건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낸다. 버리는 물건이 줄어드는 대신, 중고 물건이 잔뜩 쌓여간다. 장소만 옮겼을 뿐, 새 물건이 아닌 물건은 여전히 버려진다. 결국 지구에서 자연물이 아닌 인공물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중이다.

지구를 지키는 일은 전기자동차를 만들어서 파는 일로 이루어지지 않고, 지금 타고(쓰고) 있는 자동차(물건)를 아껴서 최대한 오래 잘 타는(쓰는) 일에서 시작될지도 모르겠다. 더 이상 불필요한 생산을 멈추게 만들고, 폐기물 발생을 막는 일이 더 값지지 않을까. 어차피 지구를 보호하자는 슬로건조차 어느 기업의 마케팅으로 전락하고, 지구를 지키는 방법조차 새로운 물건을 지구 상에 생산해 내는 것이라면 말이다.

그나저나, 그날 세차한 사람들은, 오후에 찾아온 여우비를 맞았을까 맞지 않았을까? 지하 주차장도 없는 18년 된 아파트에 사는 나는 고스란히 비를 맞았는데 말이다. 세차장을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한 하루가 펼쳐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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