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없다고 말하는 사람과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은 다른 성향으로 보일 수 있다.
상관없다는 표현을 절망적인 상황을 극복할 때 사용한다면 꽤나 긍정적이다. 자기 자신에게 사용될 때 말이다.
괜찮다는 표현은 위로의 힘을 가지고 있다. 괜찮다는 일정 부분을 감내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실수해서 피해를 입었을 때에도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포용력이 있어 보인다.
반대로 누군가 실수해서 난감해하고 있을 때, "상관없어"라고 말하는 사람은 포용력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능력 있고 자신감 있어 보일 수는 있다. 지금 저지른 실수가 당신이 보기에는 나에게 치명적일 수 있겠지만, 나 자신은 전혀 충격을 받지 않았음을 내보인다. 한편으로, 내가 저지른 잘못에 상관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나와 그 자신의 관계 자체를 부정하는 듯 보일 수도 있다. 당신이 저지른 행동의 결과가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말은, 애초에 당신이 내 삶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뜻처럼 "과잉 해석"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상관없다는 표현은 냉정함을, 괜찮다는 표현은 온화함을 나타낼 수 있겠다.
그래서 우리는 위로받고 싶을 때 괜찮다는 말을 원한다. 누군가를 응원하면서 야, 그건 아무 상관없어라고 말할 때에는 당신이 겪은 일이 아무런 지장을 초래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드러낸다. 그렇지만 그 표현은 위로를 원하는 사람에게 '공감'을 제공하지 못한다. "그건 괜찮아"라고 말하는 사람에게서 우리는 공감에서 비롯하는 위안을 얻는다. "그건 너에게 큰 고통을 주었을 거야. 그래도 괜찮아. 고통이 있지만 너는 그것을 견뎌낼 수 있을 거야"라는 의미로 확장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지난 일은 아무 상관없이 다시 일어나 도전하라는 메시지는 안 그래도 지친 우리를 더 지치게 만드니까 말이다. 상관없다고 생각하기에 내 기억 속에 각인된 지난 과오들을 차라리 끌어안고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나 자신을 더욱 사랑하는 일이 아닐까? 우리가 누군가에게 위로를 원할 때, 그 위로는 내가 경험한 일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아픈 부위를 도려내듯 잊어버리자는 식은 아니다. 내가 아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 아픔이 너를 무너뜨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위로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