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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생 Dec 10. 2022

그 길고양이의 안식처는 어디일까

아들이 얼마 전에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했다.

집사 노릇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생명을 보살피는 일에는 큰 책임이 따르기에

아들에게 설명을 하고 힘들다고 했다.

대신, 길고양이를 만나면 지금처럼 예뻐해 주자고 했다.

마흔이 되기 전에 밥 한번 먹자는 친구가 우리 동네에 왔다.

아들은 엄마에게 햄버거집에 가서 감자튀김을 먹자고 했다.

같은 시간에 나가는데, 버스를 타고 갈 아내와 아들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나는 아들에게 아빠가 태워줄까? 물었고, 고사하던 아들은 결국 그렇게 하고 싶다고 했다.

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아내와 아들을 햄버거집에 데려다주고 밥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밥을 먹고 나면, 마트에 가 있을 아내와 아들과 함께 카페에 가자고 했다.

그렇게 간 곳이 대운 카페다. 아들의 선택이었다.

밥을 먹고, 마트에 들러 아내와 아들을 태워서 카페로 갔다.

음료를 주문하고 앉아 있는데, 정원에 고양이 두 마리가 보였다.

한 아주머니께서 고양이에게 다가가 부르려고 하니, 도망가는 모습도 보였다.

아들에게 고양이가 있다고 하고,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고양이가 우리 자리에서 보이지 않았다.

나는 바깥으로 나가 고양이 사진을 찍어 오려고 했다.

아들은 자기에게도 나가자는 줄 알고 손사래 쳤다.


나가보니,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한 마리는 조금 겁이 많은 듯했고, 한 마리는 경계심이 있는 듯했다.

언제나처럼, 고양이 울음소리를 흉내 내며 "냐앙, 냥~"하면서 다가가 사진을 찍었다.

신기하게도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내가 소리를 내면 울어주었다.

다시 소리를 내면, 또 울어주었다. 그렇게 수차례 서로 야옹야옹 울음을 나누면서 앉아 있다가

카페로 들어왔다.


아들은 변덕이 일었는지, 자기도 고양이를 보고 싶다고 했다.

아들 손을 잡고 나갔을 때 고양이는 정말 보이지 않았다.

저 멀리, 한 마리 언덕을 올라 다른 주택가로 가는 모양이다.

아들 손을 잡고 여기저기 다른 고양이를 찾으러 돌아다니는데,

쏜살같이 달려가는 한 마리가 보였다.

그 흔적을 찾아 들어가니, 관목 사이사이를 조심조심 다니고 있었다.

다시 고양이 울음을 울며 다가가니, 대답하듯 울음을 울었다.

아들은 신기해했다. 기뻐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런 아들을 보며 기뻤다.

고양이는 어땠을까?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일생의 과업이었던 친구는 아직 짝을 찾지 못했다.

짝을 찾지 못한 이유는 인연이 아니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운명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아들과 돌아왔을 때, 아내와 친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마도 연애, 결혼, 출산, 육아와 같은 낭만적이지 못한 이야기였을 것 같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에 나른함이 밀려왔다.

나른한 시야 사이로, 그 고양이가 먼 곳을 바라보다

저 멀리,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길고양이에게 집이 어디냐고 묻는 건 결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 길고양이들이 따뜻한 곳에서 묵기를 바랐다.


추운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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