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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생 Jun 01. 2023

청년 작가

때로는 나도 긍정 전도사

  청년 작가가 내 방을 찾았다. 대학 3학년, 25세 청년이다. 나는 그때 무얼 하고 있었나 생각한다. 복학 후 말 그대로 열심히 즐겼던 것 같다. 어쨌거나 아름다웠던 시절이다. 나이가 든 게다.     


  학교에서 운영 중인 글쓰기 첨삭 프로그램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동기이자 동료인 선생에게 연락이 왔다. “출판을 목표로 에세이를 쓰고 있대. 나보다는 네가 그쪽 경험도 있고 그런 글을 잘 쓰니까 네가 피드백을 해주는 게 어떨까?”란다. 글을 잘 쓰는 건 사실이 아니었지만, 도서관 강의를 몇 번 해보고, 수강생 분들의 글을 엮어 드린 경험이 있으니 그렇게 말한 것 같다.

  첨삭을 맡아보기로 하고, 학생이 제출한 글을 읽었다. 나쁘지 않았다.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전달하고 있었다. 자서전인지, 에세이인지 정확히 알면 뭔가 다른 이야기를 더 해줄 수 있을 듯했다.

  약속한 날짜에 ZOOM으로 만났다. 인사를 나누고 글을 잘 썼다고 말했다. 자전적 이야기를 전달할 것이 목표라면, 고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뭔가 피드백이 필요한 것 같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해주었다. 완전하게 시간순으로 작성한 글이지만, 이른바 플롯을 갖추면 어떨까 이야기하였다. 예컨대, 결과인 장면을 먼저 써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그 과정을 후술하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이라고 했다. 그렇게 몇 가지 전하고 싶은 말을 해주었다. 그렇게 실컷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1시간 정도 지난 것 같았다. 만약 정식으로 첨삭 신청을 받고 했다면 30분을 넘기지 못했으리라(코로나 끝났다고 ZOOM 정기구독을 해지했다. 30분 지나니까 튕겨버려서, 대단히 난감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유지할 걸 그랬다).

  5월 31일 2시 15분에 나를 찾아온 청년 작가는 3시 40분 즈음해서 연구실을 나섰다. 시간이 금방 갔다. 그도 그렇게 생각했다면 다행이겠지만, 꼰대 같은 소리를 해대는 통에 나만 즐거웠던 게 아닌가 반성해 본다. 등단했던 잡지랑 출판했던 책 세 권을 선물(이 될만해야 하는데…)했다.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신의 고집만 전하고 만다. 많은 사람이 인정하듯 독자마다 느끼는 좋은 글이 다른데, 그 다양한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건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다. 작가도 스스로 좋다고 여기는 글을 향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에 왈가왈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만약 자신이 완전히 배우는 중이라고 생각한다면 많은 의견을 받아들이겠지만 말이다. 심지어 자신은 그렇지 않노라 부정하더라도, 무의식 중에 그럴 수 있다는 말이다.      

  그는 ‘유튜브’나 ‘메타’를 이용한 자기표현이 아닌 책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 자체로 칭찬하고 싶다. 물론, 책을 쓰는 것도 경력관리 수단이 되지만, 다른 방식만큼 보편적이지는 않다고 본다.

  자신의 삶이 다른 청춘에게 자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듯했다. 매일 30분씩 글을 쓰고 있다고 했다. 대단했다.


  다만, 문득, 매일 글쓰기를 해야 하는데 하루 빠졌다고 부끄러워하는 그를 보니 조금은 걱정스럽다. 그의 열정이 지나치게 뜨거워서 자신마저 불태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제나 말하지만, 숯불처럼 은은하게 지속할 수 있기를, 눈에 잘 보이지 않더라도 어느 실바람에 슬쩍 붉은 불씨를 내보이는 숯불처럼 그렇게, 뜨거울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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