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들의 무덤 빠이 여행기 (3탄)
새벽 4시반,
태국 시골마을 빠이의 아무도 없는 골목길.
어둠 속 덩그러니 세워진 미니밴으로 한국인들이 하나 둘 탑승한다.
그렇게 어둠속 1시간 반을 달린 끝에 도착했다는 운전기사님의 말에 어느 산 중턱에서 사람들이 하나 둘 차에서 내린다.
아직도 새벽 6시,
운무가 가득 낀 산 중턱은 서늘하기까지 하다.
사실 이건 빠이의 당일 투어 프로그램 중 하나인
반자보 일출 투어다. 운무 낀 모습과 일출을 보는 관광 코스이자 절벽 국수로 유명 한 곳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있다.
빠이는 전 세계 여행자들 사이에서 유명한데, 그중 95% 이상이 서양인이다.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 여행자는 전체의 5%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투어는 영어로 진행되고, 서양인들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유일하게 ‘반자보 투어’만큼은 거의 99%가 한국인이라고 했다.
왜일까?
물론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 반자보가 소개된 영향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의 여행 방식’에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여행을 떠날 때 ‘기왕 갔으면 다 보고 와야지’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리고 이를 방증하듯 SNS에는 “여행 시 반드시 가야 할 곳 / 먹어야 할 것 / 사야 할 것” 같은 콘텐츠가 넘쳐난다. 그리고 그런 게시물의 저장과 공유 수는 유난히 높다.
어쩌면 우리는 여행 조차 하고 싶은 것 보다
해야 하는 것의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는게 아닐까?
반자보 일출 투어를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 앞 논밭에는 이른 햇살이 내려앉고, 개구리 소리와 함께 고요한 평화가 흘렀다.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빠이는 원래 이런 곳이었다.
무언가를 ‘하는’ 곳이 아니라, 그저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을 ‘느끼는’ 곳.
그런데 나는 그 여유를 즐기기보다, ‘빠이에 왔으니 반자보도 가야지’, ‘일출은 봐야지’라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었다.
우리 사회의 부지런함과 효율을 중시하는 문화는 분명 많은 장점이 있다. 하지만 때로는 그 문화가 우리 청년들을 ‘해야 하는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에만 몰두하게 만들고, 그 사이에서 ‘나’의 취향과 가치관을 놓치게 만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년 봄, 남미로 떠나기 전 나는 다시 묻기로 했다.
나는 왜 여행을 좋아할까? 왜 떠나려는 걸까? 그리고 정말 내가 원하는 여행은 어떤 모습일까?
이번에는 ‘해야 하는 여행’이 아니라 ‘하고 싶은 여행’을 찾아 떠나보려 한다.
해야 하는 일이 하닌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자
인스타그램을 만들고 하찮은 챌린지 30일 도전을 하는 중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하찮은 챌린지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