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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 별 볼 일 없는 빠이를 채우는 여행자들.

여행자들의 무덤 '빠이' 여행기 (1편)

by MrExfluencer

치앙마이에서 3시간 떨어진 태국의 한적한 시골마을 '빠이'


빠이는 일명 '여행자들의 무덤'이라고 불리는데 인터넷에서 이곳에 대해 찾아볼 때는 어떤 매력 때문에 그런 별명이 붙은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풍경이 멋진 장소들이 몇 있긴 했지만 그리 특별해 보이진 않았다. 오히려 액티비티나 이색적인 여행을 좋아하는 나와는 어쩌면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여행자로서 '여행자들의 무덤'이라는 타이틀이 너무 궁금했고 그렇게 나는 빠이로 향했다.


그렇게 태국 치앙마이에서 작은 벤을 타고

죽음의 커브길을 지나 도착한 작은 시골 마을 빠이.


대낮의 빠이의 모습은 '여행자들의 무덤'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아무것도 없었다.


너무 더워서일까 대부분의 가게들은 문을 열지 않았고 투어사와 스쿠터 렌탈샵만이 운영중이었다.


빠이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떠나온 나는 그제서야 무엇을 할지 찾아보기 시작했고

'자연 속 온천'이라는 문구에 끌려 스쿠터로 약 20여분 떨어진 '싸이 응암 온천'으로 향했다.


온천은 국립공원 안에 있었고 입장료를 받고 있었는데, 현지인은 30바트, 외국인은 400바트로 10배 넘는 차이가 났다.


'여행자들의 무덤'이라는 별명이 좋아서가 아니라 이래서 생긴건가?


그렇게 의구심을 갖고 도착한 온천은 또 다시 내게 실망을 안겼다.


규모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작았고 온천이라 하기 애매할 정도의 미지근한 온도였다.

게다가 맑던 하늘은 점점 흐려지더니 빗방울까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빠이에서의 첫 여행이 실망으로 가득해 질 무렵.

한 태국인 가족과 유럽 여행자들이 도착했고, 그제서야 이곳의 매력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장구를 치며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던 태국인 꼬마 가족들과 온천에 기대 소소한 담소를 나누며 유유자적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유럽 여행자들.


그 곳에서 멋진 풍경을 담겠다며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은 오직 나 밖에 없었다.



돌아보니 빠이에서의 여행은 항상 그랬다.


야외석에서 즐기는 선셋과 라이브 음악이 유명한 투허츠 카페에 갔을 때에는 비가 쏟아졌고

일몰 명소라던 빠이 캐년에 갔을 때는 일몰대신 먹구름이 드리웠다.


그러나, 빠이에는 항상 그 순간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즐기는 여행자들이 있었다.


그들이 풍기는 여유와 바이브는 새삼 내가 여행중임을 느끼게 해 주었고,

무엇인가를 봐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온전히 그 순간을 느끼고 사색하는 여행을 하며 나도 어느새 그들과 같은 빠이의 여행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빠이는 별 볼 일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별볼일 없는 그 곳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즐기는 여행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풍기는 분위기와 여유가 또 다른 여행자들을 매료시키는 곳이자

결국 그 일부가 되어 머물게 만드는 곳.


여행자들의 무덤. 빠이


언젠가 나도 단기여행자가 아닌,

그 곳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빠이의 여행자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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