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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 여행, 아주 조금은 용감해 질 수 있는 시간.

여행자들의 무덤 '빠이' 여행기 (2편)

by MrExfluen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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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을 여행하는 모습을 스토리로 올린 어느날.


친구에게서 이런 DM이 왔다.

'인싸인 척 오졌다'


얼핏들으면 기분이 상할 수 있는 얘기였지만,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인싸인 척'한게 맞았으니까.




2번째 대학 생활이 끝나고 사회에 나와 야간 약사로 일하다보니 누군가와 연락하거나 만나는 일이 급격히 줄었다.


그렇게 3개월쯤 지나던 어느 날.

문득 이대로 지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 그것이 외로움의 감정은 아니었다.)


그 이유는, 내 꿈이 나의 경험과 스토리가 담긴 콘텐츠를 통해 영향력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고 그 꿈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나 소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20대의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순간들을 돌이켜보니 평소와 달리 외향적인 모습으로 사람들과 어울려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고 해냈을 때였다.

(캐나다에서의 버스킹, 페스티벌 개최, 문화기획사 창업 등)


하지만, 이미 몇년째 먼저 연락을 하거나 자발적으로 새로운 모임에 나가본적이 던 나에게 일상속에서 갑자기 누군가를 만난다는건 쉽지 않은 일처럼 느껴졌다.


그때 떠오른 것이 '여행'이었다.

나에게 있어 여행은 조금은 용감해져서 평소와 다른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입지 않던 스타일의 옷을 입고,

분위기 좋은 펍에 어가 즐기지 않던 술을 마시고,

나의 배경이나 조건을 전혀 모르는, 아니 그런 것에 관심 없는 여행자들과 이야기 하고 친해지는 것.


나에게 여행은 조금은 용감해 질 수 있는 시간.

그렇게 나는 여행자들의 무덤 빠이에서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여행자들의 무덤이라는 빠이의

또 다른 별명은 '히피들의 성지'


'히피'라는 단어의 뜻에는 여러 의미가 있지만

나는 '자유로움'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에 빠이라는 여행지에 끌렸다.


실제로 도착한 빠이는 별볼일 없었지만,

그 곳의 여행자들에게서 자유로움과 서로를 향한 존중과 여유가 느껴졌다.


그런 분위기 덕분이었을까?


평소 입지 않던 민소매 옷을 입고,

인싸인척(?) 현지인들과 사진을 찍고,

흘러나오는 음악을 따라 펍에 들어가 술을 마시고,

10여년만에 처음으로 현지에서 만난 여행자들과 동행을 하기도 했다.


사실 어찌보면 "그게 무슨 용기야"라고 할만큼 별거 아닌 일들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나에게 용기란 무엇을 하는 행위 그 자체가 아닌, 스스로 만들어낸 고정관념이나 두려움을 깨는 것이었다.


그리고 난,

과거의 나를 통해 이미 알고 있다.


그 별거 아닌 작은 용기들이 하나 둘 쌓이다 보면 어느새 큰 용기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이번과 비슷하게 별거아닌 작은 용기들이 모여 캐나다로 떠나는 용기가 되었고, 그 용기는 더욱 더 커져 캐나다에서 축제를 만들고 귀국 후 문화기획사를 창업하게 했다.


그리고 빠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지금,

10년 전 그때 처럼 조금 더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조금 커진 용기로 일면식도 없지만 평소 만나보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조심스레 메일을 보내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내 꿈과 관련 된 모임에 신청서를 보냈다.


여행을 통해, 그리고 10년 전 용감했던 나로부터

다시 용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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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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