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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 여행이 정말 나의 삶을 바꿀까?

소비인가 경험인가.

by MrExfluencer

몇 달 전, 박명수 님의 한 마디가 여행에 대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경험을 쌓기 위해 해외여행을 가겠다는 취준생 청년에게 그가 던진 말이었다.

유럽에 가서 사진 찍고 일본에 가서 맛있는 라멘 먹고 "아, 좋은 경험이었어"라고 말하는 건 경험이 아니에요. 경험은 피땀 흘려서 노력해서 얻는 게 경험이에요.


여행은 경험인가?


이 질문은 '여행하는 삶'을 꿈꾸고 있는 나에게 굉장히 흥미롭고도 중요했다. 그렇게 단 7글자의 질문에 대해 며칠 동안 깊은 생각에 빠졌다.



여행이 경험이 된 순간


나에게 여행은 분명한 경험이었다. 21살 뉴욕 여행 후 쓴 여행기가 5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글쓰기'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고, 캐나다에서 접한 축제 문화는 전혀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던 문화기획사를 창업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있다. 나는 당시 '경험을 쌓기 위해' 여행을 떠난 게 아니었다.

그냥 즐기고 싶었고, 심지어는 1년만 내 맘대로 살아보겠다며 도피성으로 떠났다.


경험은 찾아가는 것이 아니다


워홀에서 매주 열리는 축제를 보며 자연스럽게 흥미를 느꼈고, 여행기를 쓰며 사람들의 반응이 신기했다. 여행에서 무언가를 '얻으려고' 애쓴 게 아니라, 그 순간의 감정과 생각에 충실했을 뿐이었다.

경험은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로 당신이 하는 일이다.
- 올더스 헉슬리 -


즉, 경험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주한 순간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화하느냐의 문제였다.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도, 먹은 라멘도, 축제도 그 자체로는 그냥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그 순간 내가 느낀 감정, 떠오른 생각, 그리고 그것들을 어떻게 내 안에 받아들였는지가 경험을 만든 것이었다.


경험을 목적으로 하는 순간 잃는 것


그래서 나는 '경험을 위한 여행'에 회의적이다.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순간, 우리는 그 순간 자체보다는 결과에 집중하게 된다. 여행의 가장 큰 선물인 '지금 이 순간'을 놓치게 되는 것이다.


그냥 떠나라


만약 누군가 나에게 여행과 경험에 대해 묻는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경험을 쌓으려 하지 말고 그냥 떠나.
그리고, 그 순간의 감정과 생각에 충실하게 즐겨.
그러면 어느새 그 감정과 생각들이 너만의 경험이 되어있을 거야.


경험은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게 살아낸 순간들이 자연스럽게 쌓여 만들어지는 것이니까.




P.S
여행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얻어와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자. 힘겨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그 순간이 즐거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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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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