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듯 애매한 사람.
20대의 나는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캐나다로 워홀을 떠나 버스킹을 하고,
빅토리아 최초의 Korea Festival을 개최했다.
이후 축제와 기획의 재미에 푹 빠져 취업 대신 꿈을 좇아 문화기획사를 창업하고 베개싸움 축제 같은 이색 축제를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장사, 외국인 가이드, 진로 강연 등 정해진 하나의 길이 아닌 해보고 싶었던 다양한 일들에 도전하고 경험하며 나만의 스토리들을 쌓아왔다.
그렇게 나는 흔히 말하는 스펙이 아닌 나만의 특별한 스토리를 가진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첫 번째 꿈이었던 문화기획사를 포기하게 되었고 찬란했던 20대를 지나 어느새 30대 중반을 향해가자.
모든 것이 애매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나이. 서른넷, 많지도 어리지도 않은 나이.
외모. 키는 좀 작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평범은 하지 않나..(라는 생각)
돈. 많지는 않아도 먹고살 걱정은 없는 상태.
직업. 이제 겨우 1년 차 늦깎이 약사.
그런데 여행자들은 이런 내 고민에 대해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하나도 애매하지 않은데요? 그리고, 어쩌면 애매한 사람이 도전하는 모습과 이야기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울림을 주지 않을까요?
하지만, 나는 다시 말했다.
감사해요. 하지만, 그 특별한 이야기들이 이미 최소 5~6년, 길게는 10년 전 이야기라서요. 너무 과거에 빠져 사는 사람 같고 옛날 얘기만 하는 것 같아서요...
그러자 그들이 다시 말했다.
아니에요. 지금 잠깐 들었지만 여전히 너무 재밌고 승일님의 스토리들이 궁금한데요? 그리고 그런 과거의 경험이나 스토리들이 지금의 가치관과 모습을 만들었다면 그거야 말로 정말 진정성 있고 가치 있는 이야기지 않을까요?
그랬다. 애매하다는 것은 어쩌면 비슷한 상황의 사람이 더 많기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 용기를 전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 애매하다고 느꼈던 것들은 소위 '조건'이라 불리는 나의 표면적인 상태일 뿐.
비록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때의 경험과 나만의 스토리들이 가진 가치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내 삶과 가치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기에 '나'라는 사람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인 것이었다.
나는 여전히 특별한 사람이고 싶다.
단, 짧은 소개로 끝나는 조건이나 상태가 아닌 나만의 특별한 스토리를 가진 사람. 그래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