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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이두씨 Jun 08. 2022

#7. 평범한 삶에 대한 희망

2021년 8월~ 2021년 12월

하루하루가 무던히도 흘렀다.


퇴원 이후, 8월 중순에 이르러 아버지 몸에 마지막으로 달려있던 췌장액이 나오는 관을 제거하자 눈에 보이는 외과적 처치는 일단락이 되었다.


그 뒤부터는 그 이름도 무서운 '항암'의 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전에도 언급한 바와 같이, 암환자 회복의 핵심은 '(종양) 내과적 처치'에 있다고 생각했다.


병원에서는 아버지가 입원해 계셨던 7월에 암에 대한 전이 검사를 이미 시행한 바 있었다. 이에 대한 검사 결과를 어머니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전해 들었었는데, ''임파선' 검사 결과 전이는 없는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보니, '임파선'은 일종의 암세포를 퍼트리는 입구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이곳에서 암세포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은 적어도 다른 장기로 암이 확산되지는 않았다는 것 같았다. '천만다행', 글자 그대로 천만다행이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항암에 대한 우리 가족의 사전 지식은 '전무'했다. '항암'이라는 절차가 왜 필요한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때도 몰랐지만, 지금도 여전히 혼동스럽기만 하다. 임파선 결과 전이는 없다면서도 항암을 하는 그 이유를 나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몸에 암이 있으나 검출하지 못한 경우 이거나, 혹은 후에 다시 생기는 경우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 등 그 사용의 근거는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암을 '하느냐, 안 하느냐'는 <햄릿>의 명대사와 같이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으니, 그리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뿐 아니라 의사도 너무 쉬이 결정을 내리고 받는 것 같았다.  


아버지 역시 다른 환우들과 마찬가지로 그 항암의 불편한 의사결정 과정을 모른 채 제쳐두고, 항암에 돌입하였다. 병원에서는 항암으로 주사 대신 '복용제'를 권했는데, 의학에 무지하여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주사보다는 먹는 항암제가 환자의 몸에 덜 해로울 것 같은 느낌은 있었다.


약으로 복용하던, 주사로 처치를 하던 항암을 시작하시면서 우리는 '누군가', 또는 '다른 누군가' 혹은 '누군가의 누군가'를 통해서만 접했던 그 '항암의 부작용'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다. '발이 아프다.', '소화가 안된다.', '변이 안 나온다.' 등등 무언가 조금의 이상이라도 보이면 다 항암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그래도 아버지는 큰 투정 없이 묵묵히 항암을 이겨내시는 것을 보고 '그래. 아버지는 원래 강한 분이셨어.'라고 생각했다.


이때에는 가끔 부모님 댁에 들러 아버지의 상태가 그 '항암 부작용'의 상태인지를 확인했는데, 식사를 잘하시는 모습만 봐도 무언가 마음이 놓였다. 부모는 자식들 어리광을 보며 힘을 낸다고 하던데, 아버지가 건강하게 식사하시는 것을 보니 오히려 내가 힘을 받고 오는 기분이었다.





...(중략)...



일전에도 양가 부모님이 만나는 자리는 종종 있어왔는데, 아버지는 술 좋아하시는 장인어른과의 만남을 무척 좋아하셨고, 그런 두 분은 만나실 때마다 간단한 약주를 즐겨하셨다. 장인어른이 먼저 말씀하셨다.


"약주는... 안 하시죠?"

"예. 이제 안 마십니다. 허허허."


술 좋아하시는 아버지가 술을 마다하시니 못내 아쉬웠는지, 내가 살짝 끼어들었다.


"나중에 건강해지면, 그때 하세요."


부모님 네 분은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누셨다. 그날의 만남은 양가 부모님이 만나는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전혀 특별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난 그 '평범함'이 주는 느낌이 좋았다. 식사를 마치시고, 아버지, 어머니는 운동삼아 종로를 걸어보시겠다 하셨고, 장인, 장모님은 청계천에 들르시고자 하셨다. 다음에 만날 날을 기약하면서 그렇게 그날의 자리는 마무리되었다.


...


후에 장모님께서 어머니께 말씀하셨다.


"그날... 종로에서 베이징 덕 먹었던 날... 그날 뵌 게, 아버님 마지막이었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2년이 흐른 뒤에, 지금에서야 이 글을 엮어 책으로 출간했습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드립니다.

https://bookk.co.kr/bookStore/66332918fc0d5301c78a2ed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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