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일자리 기획자가 뭔데?

나는 경영하는 기획자입니다.

나의 명함에는 ‘경영하는 기획자’라고 되어있다.

사업자 모임에서 나를 소개할 때도 “생계형 기획자 사랑을 만드는 사람들 대표 정민입니다.”라고 말한다.


정민-구명함.jpg 오랫동안 사용했던 명함이다. 물론 기업의 정체성을 부각하기 위해 조금 바꿔야 할 듯.

그렇다고 전문적으로 기획 공부를 한 것도, 기업에서 기획 일을 한 것도 아니다. 기업을 운영하면서 터득한 업무였다. 맨땅에 헤딩하듯 현장을 뛰어다니며 세게 배운 기획이다. 누군가는 ‘듣보잡’이라 이야기한다. 맞는 말이라 부정도 할 수 없다. 그런 생계형 듣보잡 기획자로 어느덧 15년이 흘렀다.

그래서 난 항상 이렇게 외친다.

1인 기업은 기획이야!


그런데 기획은 힘들다.

혼자서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1인 기업가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기획이다. 사업 기획, 서비스 기획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과정이다. 당장 생존을 위해 빠른 실행을 우선으로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절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난 1년에도 수십 개의 기획서를 쓰고, PT를 한다. 그리고 많은 일들을 만들어 낸다. 물론 대기업의 기획처럼 큰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란 어렵다. 100억, 1,000억 이상의 프로젝트는 꿈도 못 꾼다. 아쉽기 그지없다. 할 수 있어 아쉬운 게 아니다. 못하기 때문에 아쉬운 것이다.

예산이 많은 기획도 좋지만 1년에 어느 정도의 예산을 받으며 실행한 생계형 프로젝트는 기획에서 실행까지 1년 6개월이 걸렸다. 그 프로젝트가 '공공 문화 일자리 만들기'라는 기획물이다.


기획.jpg 이것저것 그냥 다 한다고 보면 됨.


나의 일 특성상 많은 예술인과 일 또는 다른 형태로 교류한다. 그중 마임 아티스트에게 공연을 의뢰한 적이 있었다. 작은 출연료이지만 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6시간을 꼬박 햇빛을 받아 가며 그는 공연을 했다. 점심때가 되어 그와 냉면을 먹으며 한 달 수입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그는 머쓱해하며

그냥 일 년 수입이 200만 원도 안 돼요!

라고 얘기를 했다.


‘예술가들도 실업급여를 받으며 일할 수는 없을까?' 그때 든 생각이었다. 매년 경기는 어려워지고 열악한 문화계는 항상 배고픔에 놓여있다. 지자체 공공 일자리 사업은 공공근로나 자활근로, 가사, 간병 혹은 재활용 사업 등이 대부분이었다. 예술인들의 공공 일자리는 어디에서도 존재하지 않았다. 예술인들이 자기의 재능을 활용한 공공의 문화 일자리를 만든다면 경제적 자립뿐 아니라 가진 재능을 지역에 기여한다면 이것은 문화예술의 공공재적 성격이 사회적 가치에 부합되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20160507_131733.jpg 해운대의 명물 움직이는 동상
20160507_131647.jpg 스태츄 마임이라고 함.
20160723_140208-1.jpg


이쯤 되면 기획자들은 기획했으니, 실행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수십 장의 계획안을 만들 것이다.


그런데 누구를 찾아가지?


공공 일자리 사업이니 지자체 일자리 관련 담당과 나 부서를 찾아가 담당자에게 문화 일자리 사업 배경을 장황하게 설명할 것이다. 그런데 돌아오는 답은


좋은 사업인데…. 예산이 없어요, 내년에 한번 해 봅시다!.


라고 선을 긋듯 말한다. 대부분 그렇다. 이미 실행된 예산이 잡혀 있는 단계에서는 더욱 힘들다. 담당자의 말대로 내년이 오기만을 학수고대하며 마냥 기다린다면 기획자는 완전히 새가 된다.


나는 먼저 지역구 의원을 찾아갔다. 간단하게 하고자 하는 사업 정책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 이러한 기획은 담당자와 관계되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예산이 있다고 하더라고 다른 예산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예산을 확실하게 지원하는 방법을 찾는 방법은 바로 조례 제정이다. 조례 제정으로 돈만 지원하는 한시적 지원이 아닌 장기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원님! 공공 문화 일자리는 필요합니다. 어쩌고…. 저쩌고.......


라며 핏대를 세우며 설득했다. 조례를 만들고 관련과 담당자와 함께 정부 공모 사업에 지원했다. 1년이 6개월 뒤 1년에 1억 예산을 받을 수 있는 공공 문화 일자리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고, 예술인들은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난 문화 일자리 기획자라는 생소한 기획 분야를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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