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 보지 못한 것들이 보인다
요즘 부쩍 지하철 시간을 자주 놓친다. 늦잠을 자주 자서 인지 출근 때마다 지하철 역까지 정신없이 달려도 제시간에 열차를 탈 수 없다. 그러다 오늘 서두른 탓에 역까지 걸어가게 됐다. 현수막이며 전봇대에 붙여진 광고, 어떤 가수의 공연 소식, 거리 화단에 싹이튼 이름 모를 식물들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미쳐 보지 못한 것들이었다. 달리면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이 걸으면 모든 것이 보인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인생을 마라톤, 오래 달리기로 비유하는 경우가 있다. 난 생각이 다르다. 인생은 걷는 것이다. 달리는 것과 걷는 것은 차이가 있다. 달리기는 속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걷는 것은 다르다. 걷는 동안 나의 주변 풍경을 감상하고, 발아래의 길을 느끼며, 호흡의 리듬을 따라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빨리 성취하려는 욕심에 사로잡히면,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해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인생 조바심 내며 너무 서두르지 않았으면 한다. 타인의 속도에 휘둘리지 말고, 나만의 속도로 걸어가야 한다. 빨리 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원하는 길을 가는 것이 중요하다. 걷는 동안 비록 더디게 느껴질지라도,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경험과 사유를 깨닫는 순간 인생의 참 맛을 알게 된다.
모든 인생이 훌륭하다. 그러나 난 강력하게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지금 이 순간을 음미하며 인생 살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