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떨어져 사는 우리의 사랑법
마흔.
예전엔 막연히 ‘어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살아보니
여전히 서툰 선택 앞에 서 있는 나이였다.
우리는 7년 전,
함께 제주도로 내려왔다.
늦은 오후엔 바다를 따라 산책하고,
주말이면 동네 마트에서 흙과 씨앗을 사 와
작은 텃밭에 상추를 심었다.
햇살 좋은 날이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물을 주고,
상추가 쑥쑥 자라날 때마다
“우리 농사도 잘 되네~” 하고
서로 마주보며 웃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내에게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다.
서울의 한 기업에서
그녀의 커리어를 높게 평가하며
기회를 제안한 것이다.
망설임은 있었지만,
현실은 단순했다.
“서울에서 기회가 있다면 잡아야지.
난 여기서 버텨볼게.”
우리는 그렇게
떨어져 살게 되었다.
서로의 인생을 응원하면서,
동시에
‘하루하루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다시 배워야 했다.
이건 특별한 일이 아니다.
요즘 누구나 겪는
현실적인 관계의 방식 중 하나일 뿐이다.
직장 때문에,
가족 때문에,
혹은 꿈 때문에.
누군가는 서울에,
누군가는 제주에,
혹은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다.
사랑은, 결국 거리로 정의되지 않는다.
같은 공간에 살지 않아도
서로의 아침을 열어주고,
식단을 공유하고,
지친 하루 끝엔
작은 인사를 건넨다.
“오늘도 안녕.”
한 달에 한 번 만나고,
매일 영상통화하고,
같이 먹지 않아도
“밥 먹었어?”를 묻는다.
그렇게 우리는
여전히 부부로 살아간다.
이 에세이는
그런 우리의 이야기다.
떨어져 살지만 무너지지 않고,
때로는 더 단단해지는
마흔의 거리에서 피어난,
특별한 사랑법에 대한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