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오늘 저녁도, 혼자 밥을 먹었다.
익숙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익숙함 속에도
어딘가는 늘 허전하다.
밥은 잘 지었고, 반찬도 나쁘지 않았다.
전자레인지에 돌린 국 하나.
식탁 한 귀퉁이에 놓고 조용히 앉았다.
숟가락을 들고
한 입을 뜨려는 순간,
문득, 마음이 내려앉는다.
예전에는 식탁에 앉으면
벌써 그릇이 한가득이었다.
아내가 차린 밥상은 늘 음식이 풍성했고,
그만큼 그릇도 많았다.
솔직히, 귀찮았다.
그건 내가 설거지를 해야 한다는 뜻이었으니까.
가끔은 말했다.
“아니 둘이서 먹는데 왜 이렇게 그릇을 많이 써?”
그러면 아내는
“그렇게 해서 먹어야 제대로 먹는 거 같아.”
하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얄미웠다.
설거지를 안 하니까, 편하게 말하지.
나는 괜히 속으로만 씩씩거렸다.
‘지가 안 하니까 그렇지…’
하지만 지금
나는 ‘원팬’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계란 하나, 김치 조금.
거기에 즉석밥 하나.
그게 전부다.
설거지는 수세미 한 번 훑으면 끝난다.
편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
허전하다는 말이 더 정확할 거다.
그때는 왜 몰랐을까.
아내가 음식을 정성껏 만든다는 건
함께 먹는 사람에 대한 마음이었다는 걸.
접시 하나, 국그릇 하나
그 모든 게 함께 있음에 대한 증거였다는 걸.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정성은, 그릇 수만큼 깊었다는 걸.
밥을 다 먹고 나면
별일 아닌 하루였는데도
웬지 마음이 무겁다.
식탁을 치우고 나면
공간도, 마음도
같이 비워지는 느낌이다.
오늘도 혼자 먹었다.
그리고,
그 옛날 그 많은 그릇들이
문득, 참 많이 그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