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지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들
혼자 있는 날이
이젠 더 익숙하다.
문을 열고 들어올 때
“다녀왔어”라고 말할 필요도 없고,
불을 켜자마자 텅 빈 집에
고양이만 내게 인사한다.
처음엔 그런 하루가 낯설었다.
괜히 TV를 켜두고,
식탁에 두 사람 몫을 차려보다가
다시 그릇 하나를 치워야 했던 날도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니까,
이젠 내 삶의 기본값은
‘혼자’가 되었다.
같이 있던 시간은
특별한 이벤트처럼 느껴지고,
평소엔 각자의 하루를
서로의 부재에 기대 살아간다.
그래도 가끔은 생각난다.
저녁을 먹고 나란히 앉아 TV를 보던 시간.
별 말 없이도 편안했던 그 공기.
서로의 체온이 조금은 가까웠던 계절.
이젠 그런 하루가 오면
괜히 더 조심스럽다.
말 한 마디, 눈빛 하나에
서로가 낯설게 느껴질까 봐.
너무 익숙해진 혼자만의 리듬이
함께의 리듬을 밀어내고 있는 걸
우리 둘 다 알고 있다.
그런데도,
서로를 향한 마음은
아직 예전 그대로다.
익숙함이 감정을 덮을 순 없다는 걸
우린 너무 잘 안다.
함께하는 하루가
낯설어지지 않기를.
혼자 있는 날들 사이에서
그 마음만은 놓치지 않기를.
다시 함께할 시간들이
다시 익숙해질 그날을
천천히, 기다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