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간, 다른 장소의 우리
빨래를 개다가,
문득 아내가 떠올랐다.
티셔츠 소매를 정리하다가,
‘이건 아내가 접던 방식인데’ 하고
생각이 스쳤다.
우린 지금,
각자의 도시에서 산다.
같은 시간, 다른 장소.
제주와 서울,
서로의 삶에 조금씩 스며든 채로.
퇴근 후 집에 들어서면
현관 앞 고양이 물그릇을 먼저 확인한다.
그건 늘 아내가 먼저 하던 일이었다.
이젠 내가 그걸 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도.
아내는 요즘,
서울에서 회사동료와 자주 만난다.
맛집도 돌아다니고,
유명한 카페에도 가고,
가끔은 카톡에 사진을 올려준다.
“여기 분위기 진짜 좋아.”
“오빠랑 같이 오면 좋을 것 같아.”
그 말에 괜히 웃음이 난다.
나도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혼자서 드라이브하다가,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보고는
“아, 이건 아내가 좋아하겠는데”
하고 중얼거린다.
우리는 떨어져 살지만
완전히 떨어진 건 아니다.
서로의 방식이 조금씩 닮아 있다.
같이 있던 시간들이,
서로를 이렇게 만들었구나 싶다.
시간이 지나도,
거리와 상관없이
서로의 일부는 그대로 남는다.
서로의 삶 속에,
작고 선명한 흔적처럼.
아내의 카톡이 도착했다.
"여기, 진짜 맛있어. 다음엔 꼭 같이 가자."
익숙한 말투지만,
오늘따라 괜히 따뜻하게 느껴진다.
함께 있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서로를 떠올리는 순간은 더 많아졌다.
그게,
지금 우리가 사랑을 이어가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