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그리워지는 날
“오늘도 비야.”
아내가 사진을 하나 보냈다.
투명한 우산 위로 빗방울이 부서지고,
그 너머로 흐릿하게 번진 회색 하늘.
지하철역 입구 앞에서 찍은 듯,
사람들의 우산이 빼곡히 엇갈리고
보도블럭엔 물웅덩이가 퍼져 있었다.
짧은 메시지였지만
그 사진 속 공기에서
아내의 피로감이 느껴졌다.
습한 출근길,
우산은 번거롭고
신발은 젖고,
지하철 안에서는
온몸이 끈적해지는 그런 날.
나는 그 사진을 보며
제주의 하늘을 올려다봤다.
비는 멈췄지만
대신 바람이 강했다.
빨래를 걷으려다
수건 한 장이 펜스 너머로 날아갔다.
텃밭 옆 귤나무 잎이 세차게 흔들리고
고양이는 창가에 앉아
창문 틈새로 스며드는 바람 소리를 듣는다.
그러다 조용히 몸을 둥글게 말아 웅크린다.
서울은 젖고,
제주는 흔들린다.
서로 다른 도시에서
각자의 날씨를 겪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럴수록 더 자주
서로를 떠올리게 된다.
점심 무렵,
아내가 회사 근처 카페에 들렀다며
사진을 한 장 더 보냈다.
테이블 위엔 반쯤 마신 라떼,
창밖엔 비가 흐릿하게 번지고 있었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그 순간 느껴졌다.
‘이 자리에 당신이 있었으면.’
그 마음이
사진 너머로 고요하게 전해졌다.
나는 그걸 보며
괜히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가끔은 그런 날이 있다.
멀리 있어도
마음은 동시에 같은 곳을 바라보는 날.
바람이 거세진 저녁이면
이 집을 처음 보러 왔던 날이 떠오른다.
그날도 바람이 셌다.
문 앞에 선 아내가
“괜찮을까?” 하고 물었던 모습이 선하다.
이제 그 현관을
나 혼자 나선다.
문을 닫고 돌아설 때면
문득,
뒤에서 누군가 따라올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괜히 천천히 걸음을 옮기게 된다.
사랑은
꼭 같은 날씨를 겪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전혀 다른 날씨 속에서도
서로를 떠올릴 수 있다는 것.
그게 더 중요한 감각일지도 모른다.
서울엔 비가 오고
제주는 바람이 분다.
서로 다른 공기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