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젖고 천천히 마르는 삶
뉴스에서 장마가 끝났다고 했다.
“이번 주를 끝으로 장마는 종료됩니다.”
기상청 멘트에 잠깐 웃음이 났다.
그건 육지 이야기다.
제주에선, 장마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비는 하루종일 내렸다가,
잠깐 그쳤다가,
그러곤 다시 내린다.
장마가 끝났다 싶으면,
또 비가 다시 내리고,
그 비가 끝날 무렵엔 태풍이 온다.
빨래는 사흘째 그대로다.
마르지 못한 채로 방 안 공기를 눅눅하게 만든다.
제습기는 하루종일 돌아가고,
벽지에 조용히 곰팡이 자국이 올라온다.
창문은 열 수도, 닫을 수도 없다.
열면 비가 들이치고, 닫으면 방이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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