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바다의 경고
제주에 살면서 바다는 매일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맑은 날엔 그 얼굴이 유난히 곱고,
바람이 부는 날엔 쉽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다.
흙탕물이 되어 요동치는 날엔,
그저 멀리서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말로 무서운 날은 그런 날이 아니다.
바람 한 점 없는 날.
그렇게 조용하고,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날.
고요한 바람이 부는 날.
모래알 하나 움직이지 않고,
갯바위 사이로 물결이 부서지지도 않는 그런 날.
수면은 거울처럼 매끄럽고,
하늘빛을 그대로 품은 바다가 말도 없이 누워 있다.
그 날의 바다는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낯설다.
마치 말을 아끼고 있는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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