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

진실을 본 순간, 조준은 시작됐다

by 피터팬


2017년 6월 20일, 12시 15분 / 강원도 동쪽 외곽, 동해기상 관측소 상부 전망대


핀은 손에 쥔 작은 저장 디스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걸 서울까지 가져간다? 도착 전에 막힐 거야.”


루카는 이미 예감한 듯했다.

“그래서 지금 움직이는 건 우리가 아니라, 정보야.”


그는 구형 송수신기로 디스크의 첫 프레임만 잘라냈다.

아이가 인형을 붙들고 있던 장면, 그리고 조준을 멈춘 정리조 요원의 팔.


“이 한 장만으로도, 관련자 전원이 거짓말하고 있다는 걸 입증할 수 있어.”


핀은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물었다.

“보낼 곳은?”


“선.”

루카는 잠시 뜸을 두고 다시 말했다.

“화이트팀 내부에도... 모르게 움직이는 라인이 있어.

말 안 하고, 말하지 못하고, 하지만 알아버린 사람들.”


그는 전송 명령을 누르며 중얼거렸다.

“한 번만, 한 번만 누가 반응하면 돼.”


같은 시각 / 서울 SC-0 내부 대기실, 통제 담당 B3


B3는 응답을 받았다.

‘RJ88A-WB01 디코딩 중단됨. 분기 중 1프레임 외부 송신 감지.’


“경유 노드가 제주예요.”

보조요원이 고개를 들었다.


B3는 재확인도 없이 말했다.

“4번 접속지, L 또는 P.”


그는 눈을 감고 조용히 말했다.


“...근데 왜 이 시점에서 굳이, 그 장면을 보낸 거지?”


“유포하려는 게 아니라면...”

보조요원이 멈칫했다.


“미끼야.”

B3는 속삭였다.


2017년 6월 20일, 14시 38분 / 강원도 동북쪽 양양지역, 민간 레이더망 외곽


낡은 벽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길.

GPS 신호는 종종 끊기고, 통신조차 닿지 않는 곳.


그곳을 누비는 단 두 명의 인물.


아이와, 노인.


아이는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

작은 고양이 인형을 꼭 안고, 노인의 뒤를 따랐다.

한 걸음, 한 걸음.


노인은 길을 아는 듯, 사람 없는 길만 골라 걸었다.

바위 틈, 버려진 축사 옆, 민가의 폐헛간 뒤편.


그는 중간중간 하늘을 쳐다봤다.

“드론 소리 없다... 아직까진 괜찮아.”


그리고 중얼거렸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그 요원... 아직 살아 있을까.”


그는 ‘그날’ 현장에서 아이를 보았다.

눈이 마주쳤다.

총을 든 남자가 아이를 향해 다가가던 순간,

아이는 눈을 감았고, 그 남자는 결국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


2017년 6월 20일, 15시 22분 / 양양국제공항 남단 폐쇄 감시초소 내부


루카는 지도를 바닥에 펼쳤다.

RJ-88A 조각이 옮겨졌던 경로,

화이트박스 설치 위치,

그리고 아이가 마지막으로 열감지에 포착된 위치까지.


핀은 말했다.

“이 노선, 양양으로 이어져 있어.

그 안에 뭐가 있는지, 넌 모르지?”


“그래서 너한테 묻는 거야.”

루카는 진지했다.

“넌 그 구역에서 한 번... 사라졌었잖아.”


핀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 안에 들어간 사람은 있었어.


근데... 나올 수 있었던 사람은 나 하나였어.”


2017년 6월 20일, 16시 00분 / 화이트팀 SC-0 – 작전 관제실


C1이 돌아섰다.


“이제 위치는 좁혀졌다.

L과 P는 강릉에 있고, RJ-88A 잔해 일부도 그쪽에 있다.”


“추적조는요?”

보좌관이 물었다.


“3단계 투입. 정리조 A-02.”


“...생존자는요?”


C1은 창밖을 봤다.

짧게, 무심하게 말했다.


“이번엔 반드시 ‘전원 사망’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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