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서바이버

전원 사망, 그러나 남겨진 것들

by 피터팬


2017년 6월 18일, 23시 05분 / 강원도 산악지대 — RJ-88A 추락 현장


기체는 두 동강이 나 있었다.

좌측 날개는 바위 절벽에 박혔고,

동체는 불에 타기보단 내부에서 폭파된 듯 찢어져 있었다.

잔불은 거의 없었고, 연기만이 계곡 아래로 흘러내렸다.


C1은 무전 대신, 손짓으로 지시를 내렸다.

추락 19분 경과.

정리조와 시나리오팀이 동시에 투입되었다.


사망자 정리 – C2 & 보안인계조


“신체 손상률 85% 이상. 식별 불가 12구.

지문 및 유전자 샘플 채취, 보안 시체백 이송 완료.”


C2는 현장에 남은 시신 중 비교적 온전한 두 구를 직접 확인했다.


3C 좌석 / 제거 대상.

4A 좌석 / 부인.

그 옆, 빈자리.


아이의 흔적은 없었다.

그러나 보고엔 ‘전원 사망’으로 입력됐다.


“전원 화재에 의한 질식사.

비행 중 폭발 없음.

추락 시 충격사와 연소 정리로.”


시신은 미확인 처리 후, 비인가 격리 보관소로 이동.

‘유가족 통보 대상 없음’으로 일괄 처리됐다.

해당 탑승자 목록은 국토부 시스템에서 삭제되었고,

여권번호 및 비행기록은 48시간 내 말소 예정이었다.


기체 조작 – C3 + 기술지원팀


C3는 손상된 블랙박스를 뜯어내며 말했다.


“내장 GPS는 여전히 살아 있어.

그러나 위치 로그는 2km 남쪽으로 조작할 거야.

고도 로그도 ‘스스로 하강한 것처럼’ 보여야 하니까.”


지원팀은 스크래치 처리된 복제 박스를 슬쩍 끼워넣었다.

시뮬레이션된 조종간 흔들림,

에러 음성 데이터,

교신 실패 경고.


“이 기체는 ‘경고 무시’ 후 ‘좌측 엔진 이상’으로 몰아넣어.

기장은 통제 불가를 선언했지만 결국 미숙하게 조종해서 추락한 것처럼.”


“기장 이력은?”

“조작 완료. 과거 주의 경고 2회, 심야 비행 불안정 경력 삽입함.”


현장 연출 – 환경조 조 & 열흔적제거조


“구조 흔적 남기면 안 됩니다.

화재는 이미 사그라든 것으로 위장하고,

발화점은 연료분산으로 처리하세요.”


작업조는 드론을 띄워 나뭇가지 각도와 흙 흔적을 스캔했다.

그 뒤 인위적으로 부러뜨리고 흙을 덮었다.

신발 자국은 반복 이동으로 지워졌다.


“열감지 흔적 분산, 발화점은 제거.

생존 흔적은 없음.

발화는 연소 잔류 반응으로 전환.”


시나리오 작성 – 내부 대응실, 청사 SC-0 2층


“보고 문서 최종본입니다.

기장 판단 실수, 엔진 결함 추정.

민간 항공안전 위원회 공용 문장으로 정리 완료.”


“통신사와 언론사엔?”


“보도자료 자동 전송 중입니다.

사진 3장, 감정적 자극 최소화.

추락 시각은 실제보다 6분 늦게 표기.”


“기자 질문 예상 목록은?”


“1순위: 왜 초동 구조가 늦었는가

2순위: 기장 이력 문제

3순위: 생존자 여부 ‘전원 사망 확인’으로 보도될껍니다.”


23시 35분 – 정리 완료


C1은 무전기를 들었다.


“여기 4-C.

현장 정리 완료.

기록 위조 100%, 블랙박스 교체.

열흔적 제거.

사망자 보고는 ‘전원 불에 의한 사망.’

특별 대응팀 출동 대기.”


그는 마지막으로, 동체 아래 남은 천조각 하나를 밟았다.

아이가 안고 있었던 인형의 옷자락.


그러나 그는 그것을 무시하고 지나쳤다.

아무도 보지 못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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