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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비행기를 접는 사람

매일 한 장, 마음을 접는 사람

by 피터팬


어느 마을 가장 끝 집에

매일 종이비행기를 접는 사람이 살았어요.


그는 아침이면 종이 한 장을 꺼내

두 손으로 천천히 접었어요.

조금도 서두르지 않았지요.

마치 종이 속에, 말하지 못한 마음을 담듯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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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도,

바람이 심술을 부리는 날도,

그는 빠짐없이 종이비행기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매번,

높은 언덕 너머 하늘을 향해

그 종이비행기를 날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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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언젠가는

이걸 받을 거야.”

그는 그렇게 말하곤 했어요.


사람들은 그를 이상하게 여겼어요.

“아무도 안 받아요.”

“그 종이비행기들, 다 찢겨 없어졌을 텐데요.”

“그렇게 계속 보내면... 외롭지 않나요?”


하지만 그는 웃으며 대답했어요.

“편지는, 끝까지 가는 거야.

비록 내가 못 본다 해도,

어딘가엔 닿는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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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이 참 이상하게 들렸지만,

어쩐지 따뜻했어요.


어느 날,

그는 창문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어요.

종이 한 장을 손에 든 채,

하늘을 바라보며 움직이지 않았지요.


그러고는 아주 작게 웃으며 말했어요.

“오늘 바람, 좋네.”



그날 종이비행기는

정말 멀리, 아주 멀리 날아갔어요.

마치 기다리던 누군가에게

드디어 닿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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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그는 더 이상 종이비행기를 접지 않았어요.


하지만 마을 아이들은 말했답니다.

가끔 아주 조용한 날이면,

하늘 위로 흰 종이비행기 하나가

소리 없이 날아가는 걸 본다고요.


그건 아마도

아직 끝나지 않은 편지일 거예요.

어느 마음에서 조용히 떠난 이야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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