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그 파도 소리를 잊지 못한다.
28개의 이야기를 써 내려오면서
나는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괴담은 단순히 ‘이상한 일’의 기록이 아니라,
사라진 누군가가 남긴 기억의 조각이라는 걸.
누군가에게는 그저 흘려들은 소문이었을지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그날 이후로
평생 벗어나지 못한 밤이었다.
그 섬의 공기는 늘 그렇게 남는다.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눅눅한 바람,
비가 개어도 사라지지 않는 물비린내,
그리고 파도 사이에 섞여 있는
낯선 숨소리 같은 것들.
사람들은 괴담이 무섭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 무서운 건,
그 이야기들이 지금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계속 살아 있다는 것이다.
곶자왈의 갈림길,
폐귤창고 앞의 허수아비,
표선의 바다 밑에 가라앉은 웨딩사진,
모든 이야기엔 공통된 무언가가 있었다.
사람이 스쳐간 흔적,
그리고 그 온기가 식은 자리에서 피어오르는
묘한 냄새.
그건 단순히 공포가 아니었다.
그건, 누군가의 흔적을 기억하려는 섬의 방식이었다.
바람은 여전히 밤마다 같은 방향으로 분다.
아무 소리도 없는데,
문틈이 살짝 떨리고,
해변 모래가 스스로 움찔거리며 숨 쉬는 것 같다.
나는 가끔 그 바람 속에서
오래된 기억 하나가 스쳐 지나간다.
바다, 섬, 그리고 이름 없는 얼굴들.
그 모든 것이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물결 속으로 사라진다.
그날 이후,
나는 이 섬을 조금 다르게 기억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까지 이곳의 이야기를 남긴다.
사라진 이름들,
묻힌 기억들,
그리고 한때 누군가가 살았던 흔적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