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어른이 된 피터팬에게
언젠가부터 나는,
‘나는 왜 이렇게 어른이 돼 버렸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기억을 먹는 고양이에게
내 어린 날의 몇 장면쯤은
이미 먹혀 버린 것 같았고,
미안하다는 말이 사라진 도시에서
나도 모르게
조용히 고개만 돌리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방파제 위에서 고래를 기다리던 아이는
어느새
월급날 문자 알림을 기다리는 어른이 되었고,
바람을 수집하던 아이의 유리병은
이젠 택배 상자와 영수증들로
책장 한켠을 채우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가방을 든 달팽이처럼
자기만의 짐을 끌고 걷는다.
잊혀진 생일파티,
말하지 못한 마음 우체국,
종이월급 나라와
꿈을 맡기는 세탁소까지.
어떤 날들은
정말로 아무렇지 않은 척 넘겼지만,
사실은 그 모든 날들이
내 안 어딘가에서 조용히 쌓이고 있었다.
이 연재의 이야기는
어쩌면 거창한 환상이 아니라,
그저 우리가 놓쳐 온 순간들에
조용히 이름을 붙여 준 작업이었는지도 모른다.
커튼 뒤에 사는 친구,
거울 속 두 번째 나,
가방 안에 살던 마음들,
버려진 구두들의 마을,
별을 지우는 고래와
꿈을 닦는 사람까지.
이상하고도 익숙한 존재들을
하나씩 불러내다 보니
문득 알게 되었다.
나는 더 이상
“영원히 아이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완전히 어른만으로도
살고 싶지는 않다는 걸.
어쩌면 ‘어른이 된 피터팬’의 일은
하늘을 다시 나는 것이 아니라,
한때 날던 기억이 있었다는 걸
잊지 않도록
밤마다 이야기 하나씩을 밝혀 두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 글들을 읽는 동안
당신 안에서도
작은 골목 하나가 열렸기를 바란다.
그 골목 어디쯤엔
아직 미처 다 하지 못한 말,
끝까지 읽히지 못한 꿈,
그리고
여전히 자라나는 당신의 마음이
조용히 앉아 있을 것이다.
이제,
이야기의 마지막 페이지는 여기까지.
하지만
이 다음 장에 무엇을 적을지는
내가 아니라
이 글을 끝까지 읽어 준
당신의 몫일 것이다.
오늘도
어른이 된 피터팬들은
각자의 골목에서
저마다의 속도로 날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선다.
그리고 언젠가
어디선가에서
당신의 이야기가 또 하나의 동화가 되어
누군가의 밤을 비추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