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잘 사는 것처럼 보인다. 현실보다 피드가 더 버겁다.
같은 장면을 찍는다.
바다, 돌담, 감귤밭, 해 질 녘 하늘.
사진은 늘 예쁘게 나온다.
제주는 원래 그렇다.
여행자가 찍는 사진은 쉼이다.
며칠 머물다 돌아갈 사람의 여유.
일상에서 빠져나온 사람의 숨 고르기.
사는 사람이 찍는 사진도 겉보기엔 같다.
프레임도 비슷하고, 빛도 좋다.
문제는 사진 밖에 있다.
사진을 찍고 나면
나는 다음 달을 생각한다.
와이프는 말이 없어진다.
“이거 올릴까?”
그 질문엔 늘
사진 말고 다른 것들이 함께 들어 있다.
일은 언제 다시 시작할지,
지금 쓰는 카드값,
이 풍경을 계속 봐도 되는지에 대한 질문.
사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우리는 너무 많은 말을 알고 있다.
여행자의 제주는
‘여기 너무 좋다’로 끝난다.
사는 사람의 제주는
‘여기서 어떻게 버틸까’로 이어진다.
그래서 같은 사진이지만
같은 게시물이 되지 않는다.
카페 창가에서 찍은 바다 사진.
여행자에겐 힐링이고
우리에게는 자리값이다.
한가한 평일 낮 풍경.
여행자에겐 특권이고
우리에게는 시간의 공백이다.
사진은 예쁘다.
그래서 더 올릴 수가 없다.
잘 모르는 사람 눈엔
“제주에서 백수로 여유롭게 사네”가 된다.
설명할 마음도,
설명할 말도 없다.
SNS는 설명이 없는 공간이다.
보여주는 게 전부고
보여준 만큼만 해석된다.
그래서 멈춘다.
업로드 버튼 위에서.
와이프는 결국 말한다.
“아, 그냥 말자.”
그 말에는
체념도 있고,
자존심도 있고,
조금의 피로가 섞여 있다.
우리는 SNS로 돈을 벌지 않는다.
일상을 팔지 않는다.
지금의 하루를 콘텐츠로 만들 자신도 없다.
그래서 제주에서 살지만
제주를 올리지 않는다.
사진은 계속 찍힌다.
하지만 저장만 된다.
여행의 사진은 공유되지만
생활의 사진은 남겨진다.
같은 풍경인데
올릴 수 없는 이유는
풍경이 아니라
우리가 처한 위치다.
이건 쉼이 아니라
지나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