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 닫혔지만,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내가 뭘 잘못했다는 거야?”
그 말이 시작이었다.
정확히는 그 말이 나오기 전,
이미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생각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말을 멈추지 못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꼭 그렇게 말해야 했냐고.”
“그럼 어떻게 말해. 나도 참다가 한 말인데.”
목소리는 크지 않았는데,
말 하나하나가 서로를 밀어내고 있었다.
대화는 점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아니라
‘누가 더 서운한지’로 흘러갔다.
“너는 항상 그 말투가 문제야.”
“너는 늘 내가 예민하다고만 하잖아.”
그 순간,
아, 이건 오늘 안 풀리겠다 싶었다.
풀기엔 이미 너무 많이 건너와 있었다.
잠깐의 침묵.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시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 말.
“그냥... 오늘은 각자 좀 있자.”
말은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더 말하면 더 상처될 것 같다’는 체념이 섞여 있었다.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고,
각자 자기 방으로 향했다.
문을 닫기 직전,
괜히 한마디를 더 던지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다.
‘그래도 그런 뜻은 아니었어’라든지
‘내가 너무 날카로웠나 봐’ 같은 말.
하지만 말하지 않았다.
그날은 말이 약이 될 타이밍을 이미 놓친 뒤였다.
문이 닫혔다.
생각보다 조용했다.
그래서 더 크게 느껴졌다.
방 안에 혼자 앉아
아까 했던 말들을 다시 돌려봤다.
굳이 그렇게 말했어야 했나,
그 말은 왜 그렇게 날카로웠나,
사실은 뭘 원했던 걸까.
한 집에 있으면서도
상대의 상태를 전혀 알 수 없는 밤.
웃고 있는지, 울고 있는지,
아니면 나처럼 멍하니 앉아 있는지.
각자의 방은
서로에게서 도망친 공간이 아니라
더 망치지 않기 위해 물러난 자리였다.
그날은 화해하지 않았다.
대신 더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는 데에는 성공했다.
어쩌면 그게 그날의 최선이었을지도 모른다.
잠시 따로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한 날.
말 대신 문이 닫힌 날.
하지만 문 하나로도
완전히 멀어질 수 없는 사이라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