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전염된다

괜찮지 않다고 말하는 연습

by 피터팬


“괜찮아?”

“응, 괜찮아.”


이 말은 인사처럼 나온다.

진짜로 묻고, 진짜로 답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둘 다 알고 있다.

이 대화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아내가 먼저 묻는다.

“요즘 좀 어때?”


나는 잠깐 뜸 들이다가 말한다.

“뭐, 다들 이런 거지.”


괜히 말을 덧붙인다.

그게 오히려 더 불안한 대답이라는 것도

알면서.


괜찮다는 말을 하는 순간,

몸이 먼저 반응한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숨을 한 번 더 들이마신다.


생각은 정리가 안 된 채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돈다.


아내가 그걸 본다.

“진짜 괜찮은 거 맞아?”


다그치는 말은 아닌데

나는 괜히 방어부터 한다.


“왜, 뭐가 그렇게 걱정돼?”


말투가 조금 딱딱해진다.

아내도 바로 알아챈다.

“아니, 그냥 물어본 거야.”


잠깐의 침묵.


그 사이에 서로 눈치를 본다.

여기서 말을 더 꺼내면

괜히 틀어질 것 같아서.


아내가 먼저 입을 연다.

“나도 요즘 좀 불안해.”


“뭐 때문에?”

“잘 모르겠어. 그냥 그래.”


이유를 정확히 말할 수 없을 때가

제일 불안하다는 걸

우리 둘 다 경험으로 알고 있다.


“괜찮을 거야.”


위로처럼 꺼낸 말인데

아내 표정이 바로 굳는다.


“그 말이 제일 싫어.”

“왜?”

“괜찮을 거라는 근거가 없잖아.”


그 순간,

대화는 이미 다른 길로 가 있다.


누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말은 점점 날이 선다.


“나도 가만히 있는 거 아니야.”

“알아. 근데 그게 불안하다고.”


서로를 몰아붙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기 불안을 상대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서

말이 세진다.


싸움은 크지 않다.

소리도 높지 않다.


하지만 기분은 오래 남는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각자 다른 생각을 한다.


잠깐 시간이 지나고,

아내가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나, 사실 안 괜찮아.”


그 말 하나에

내 마음도 같이 풀린다.

“나도 그래.”


문제는 그대로다.

상황도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날은

더 이상 싸우지 않는다.


불안은 숨길수록 옮겨 붙는다.

괜찮다는 말로 덮을수록

서로를 더 흔든다.


요즘은 연습 중이다.


괜찮지 않을 때

괜찮지 않다고 말하는 연습.


해결하려고가 아니라

같이 버티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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