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운 뒤의 편의점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중간 지점이었다.
싸우고 나면
집이 더 조용해진다.
전원주택의 조용함은
이럴 때 유난히 크게 느껴진다.
각자의 방 문이 닫히고
집 안에는 발소리도, 말소리도 없었다.
괜히 거실에 나갔다가
아무도 없는 소파를 보고 다시 들어왔다.
“나 잠깐 나갔다 올게.”
“......나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신발을 신었다.
현관에서 잠깐 마주쳤지만
굳이 눈을 맞추지는 않았다.
문을 열고 나오자
밤공기가 훅 들어왔다.
집 주변은 조용했고
가로등 몇 개만 노랗게 켜져 있었다.
편의점까지는 걸어서 5분.
평소엔 아무 생각 없이 걷던 길인데
그날은 유난히 멀게 느껴졌다.
자갈 밟는 소리,
멀리서 들리는 개 짖는 소리,
서로의 발걸음 소리만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졌다.
“춥지 않아?”
“...응, 괜찮아.”
그 말이
그날 밤 우리가 나눈 첫 대화였다.
편의점 불빛이 보였을 때
괜히 안도감이 들었다.
말 안 해도 될 이유가
하나 생긴 것 같아서.
컵라면 앞에서 잠깐 멈췄다.
“뭐 먹을 거야?”
“아무거나.”
결국 늘 먹던 걸 집었다.
괜히 새로운 걸 고르기엔
아직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다.
뜨거운 물을 붓고
뚜껑 위에 포크를 올렸다.
기다리는 동안
서로 휴대폰만 봤다.
보고 싶은 게 있어서가 아니라
시선을 둘 곳이 없어서.
밖에 놓인 작은 테이블에 앉았다.
밤공기 속에서 김이 올라왔다.
“아까는...”
“응.”
그 한 글자에
조금 숨이 트였다.
“내가 말이 좀 셌어.”
“나도... 그 말은 안 했어도 됐는데.”
사과라기엔 모자라고
화해라기엔 애매한 말들.
그래도 그 정도면
오늘은 충분했다.
컵라면을 먹었다.
국물이 생각보다 뜨거웠다.
그래서 말도
조금씩 천천히 나왔다.
“집에 라면 있는데.”
“알아. 그냥... 나가고 싶었어.”
“나도.”
그 말에
괜히 웃음이 날 뻔해서
국물만 더 마셨다.
돌아오는 길에도
걸어서였다.
올 때보다
발걸음이 조금 느려졌다.
집이 보였을 때
아까만큼 답답하지는 않았다.
완전히 풀린 건 아니었지만
각자의 방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싸운 뒤의 편의점은
화해의 장소라기보다
다시 말을 시작해도 되는
중간 지점 같은 곳이다.
전원주택에서 편의점까지
왕복 10분.
그 짧은 거리 덕분에
우리는 그날
집으로 같이 돌아올 수 있었다.
그게 어쩌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화해의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