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의 고립감

제주에 산다는 건

by 피터팬


제주에 살면

고립감은 마음에서 먼저 오지 않는다.


몸으로 온다.


갑자기 필요한 물건이 생길 때.


인터넷으로 찾아보다가

“아, 이건 직접 보고 사야겠다” 싶어도

그 선택지가 없다.


서울에 있으면

내일 가면 된다.

아니, 오늘 저녁에도 가능하다.


제주에서는

그 순간부터 계산이 시작된다.


배송비,

도착 날짜,

그리고

‘이게 진짜 맞을까’라는 불안.


와이프랑 이런 대화를 자주 한다.


“이건 육지 가서 사야 하는데...”

“그럼 언제 나가?”


언제라는 말이

이렇게 무거운 질문일 줄

예전엔 몰랐다.


육지에 있을 땐

행사가 있으면 그냥 갔다.


전시, 공연,

결혼식, 모임.


“이번 주말에 뭐 있대.”

“그럼 가자.”


끝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행사 소식을 들으면

먼저 드는 생각은 이거다.


‘비행기 되나?’

‘날씨 괜찮나?’


눈이 오는 날이면 더 확실해진다.


육지였다면

“눈 오네” 하고

그냥 외투 하나 더 입고 나갔을 텐데,


제주는

비행기부터 멈춘다.


바람 불면 지연,

눈 오면 결항.


눈 때문에

아무 데도 못 간다는 걸

여기 와서 처음 알았다.


가고 싶은 곳은 있다.


보고 싶은 사람도 있고,

꼭 가야 할 자리도 있다.


근데

갈 수 있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다.


섬에서는

의지가 이동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와이프랑 이런 말도 한다.


“육지였으면 벌써 다녀왔겠다.”


그 말엔

아쉬움이 아니라

체념이 섞여 있다.


제주의 고립감은

외로움이 아니다.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움직이기 어렵다는 감각이다.


지금 여기서

한 발짝 밖으로 나가려면

항상 준비가 필요하다.


마음만 먹으면 되는 일이

여기서는 계획이 된다.


그래서 제주에서는

일상도 조심스러워진다.


사고 싶은 것도 미루고,

보고 싶은 것도 접고,

가고 싶은 곳도

머릿속에서만 다녀온다.


이게 섬의 고립감이다.


누가 막아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나가기 어렵다는 사실.


육지에선

당연했던 선택들이

여기선

결심이 되는 삶.


지금 우리는 같이 산다.


그래도 고립감은 여전하다.


섬은

혼자라고 덜 외롭고,

둘이라고 덜 막히지 않는다.


제주는

오늘도 그대로 섬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섬 안에서

가능한 범위 안에서만

하루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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