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회사를 다닐까, 아니면 뭔가 새로 해볼까.
요즘 대화의 시작은 늘 비슷하다.
“오늘 뭐 했어?”
그리고 그 다음 말이 쉽게 이어지지 않는다.
출근 이야기도 아니고,
회의 이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 잘라 “아무것도 안 했어”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하루들이다.
아내는 노트북을 켜고 채용 사이트를 본다.
경력 조건, 연봉, 근무지.
클릭 몇 번이면 내일이라도 출근할 수 있을 것 같은 회사들이 줄줄이 뜬다.
“여기 괜찮아 보이지 않아?”
그 말 속에는 ‘다시 시작해도 될까’라는 질문이 같이 섞여 있다.
나는 옆에서 엑셀을 켠다.
이게 몇 번째 파일인지도 모르겠다.
아이디어 정리, 비용 계산, 수익 예상.
이번엔 좀 다를 수 있을 것 같다가도
숫자를 입력하는 순간 현실이 바로 튀어나온다.
우리는 각자 다른 화면을 보고 있는데,
사실 보고 있는 건 같은 불안이다.
아내의 불안은 이런 거다.
다시 회사에 들어갔는데 또 버티지 못하면 어쩌지.
적응은 할 수 있을까.
다시 그 생활로 돌아가는 게 맞을까.
나의 불안은 조금 다르다.
이번에도 시작만 하다 끝나는 건 아닐까.
괜히 시간만 쓰고 돈만 날리는 건 아닐까.
또 “그래서 지금 뭐 하고 있어?”라는 질문을 들어야 하진 않을까.
저녁에 밥을 먹다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취업하면 그래도 매달 들어오는 돈은 있잖아.”
“창업하면 적어도 후회는 덜 하지 않을까.”
말은 차분한데,
서로 속마음은 다 보인다.
안정이 부러운 마음과
도망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계속 부딪힌다.
우리가 이렇게 고민하게 될 줄은 몰랐다.
회사 다닐 때는
퇴사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았고,
퇴사하고 나서는
결정할 게 이렇게 많아질 줄은 몰랐다.
취업은 도망처럼 느껴질 때가 있고,
창업은 허세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더 어렵다.
아내가 말한다.
“솔직히 뭐가 맞는지 모르겠어.”
나도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모르겠다.
요즘 우리는
정답을 찾기보다는
서로가 어떤 불안을 안고 있는지만 확인한다.
아직 결정한 건 없다.
이력서도, 사업자등록증도 미완성이다.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다.
지금 이 고민,
나만 겪는 일은 아니라는 것.
어디선가 누군가는
오늘도 우리처럼
취업을 할지, 창업을 할지
밥 먹다 말고 같은 질문을 하고 있을 거라는 것.
그래서인지
이 시간이 조금은 덜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