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부초밥 Jul 23. 2023

엄마, 안아 주세요

그런 아침이었다. 아이가 짜증을 내면서 울고 있는 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청각 시스템에 교란을 일으켜서 아이가 칭얼대는 소리를 아름다운 명상음악으로 바꿔줄 수 있는 장치가 발명된다면 아주 잘 팔리지 않을까?


아들은 응가 닦는 걸 싫어한다. 하지만 응가는 반드시 닦아야 한다는 것을 배워서 알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스스로 준비가 될 때까지 엄마/아빠가 기다려준다는 것도 배웠다. 우리가 아이에게 그러한 사실을 가르쳐주는 동안 아이는 엄마에게 듣기 싫은 칭얼거림 속에서도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방법을 가르쳐줬다.


“응가 닦자~” 했을 때 잘 참고 따라와 줬다. 로션을 바르고 나서 옷을 입는 동안에도 한차례 짜증을 부렸지만 그래도 잘 따라와 줬다. 그런데 양말이 문제였다. 그 모든 걸 참아낸 아이에게는 다소 작아진 양말이 너무나 참을 수 없는 불편함이었을까. 마치 ‘내가 이만큼 참았는데! 뭘 더 참아야 해!!’하고 소리치는 듯한 울음소리였다. 나는 알고 있었다. 느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엄마도 참지 못해 버렸다.


치밀어 오르는 울화를 아이에게 내뱉지 않으려 가슴 한구석을 까맣게 태우면서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이로부터 단절되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강력해 혼자 화장실 안에 숨어버렸다. 아이는 더 크게 울다가, 울음소리를 누르고 굳게 닫힌 화장실 문 저편에서 엄마의 소리를 찾아 듣다가, 다시 더 크게 울어보다가 다양한 시도를 하는 듯했다. 20분 정도 지나자 울음으로만 마음을 표현하던 아이가 처음으로 말을 했다. “문 열어 주세요.”


아이는 나를 필요로 했지만 나는 내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금 더 모른 채 했다. 그리고 한참을 더 있었다. 10분 남짓한 시간이었겠지만 울화를 상쇄하는 죄책감 때문에 마치 그 시간이 억겁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문 너머에서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안아 주세요.”


아이는, 정말로, 나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게 먼저 손 내밀어 주기까지 했다. 울화도, 죄책감도 더 이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 무엇이 스스로를 화나게 만들었는지조차 말로 표현하기 힘든 어린 내 아이가 엉엉 울면서도 표현한 단 두 가지는 ‘엄마 내 옆에 있어주세요. 나를 안아주세요.’였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의 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