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재도 목섬
지난 29일부터 1박 2일로 인천 옹진군 선재도에 다녀왔다. 수련원 객실을 운이 좋게 예약할 수 있어서 가능했다. 우리 부부와 절친, 이렇게 3인조가 함께 떠났다.
우리는 짐을 풀자마자 수련원 시설을 둘러보았다. 체력 단련실, 당구장, 노래방, 탁구장, 북카페 등이 있었다. 먼저 노래방으로 들어갔다. 쌓인 스트레스를 날리듯 돌아가며 애창곡을 목청껏 불렀다. 아픔을 겪었던 절친도 신나게 노래했다.
흐린 겨울날 선재도의 해는 빨리 사라졌다. 듣기로는 선재도에서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랬다. 그런데 가는 날은, 흐리고 미세 먼지가 많아서 낙조 풍경을 보지 못했다. 어둑해진 바닷길을 따라서 잠시 걸어 나가 해물 들깨 칼국수를 먹었다. 저녁을 끝내고 나오는데 주인아주머니가 뜬금없이 말했다.
"내일 아침에 목섬에 가보세요."
"목섬이요?"
"아, 모르셨어요? 바다가 갈라지는 곳이라니까요."
"그렇군요. 그러면 내일 목섬에 갈 수 있을까요?"
"그건 물때를 봐야 해요. 물때는 여기 사는 우리도 잘 몰라요."
목섬을 검색해 보니 하마터면 놓쳤을 명소였다.
목섬은 선재도 남쪽에 있는 작은 무인도이다. 대부도에서 선재대교를 건널 때 왼쪽에 보이는 동그란 섬으로 선재도를 대표하는 관광지다. 목섬은 CNN이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섬 33선' 중 영예롭게 1위를 차지한 섬이기도 하다.(출처: 인천 투어)
저녁을 먹은 후 소화도 시킬 겸 포켓볼을 쳤다. 마음 같지 않았다. 흰 공을 포켓에 빠뜨려 상대팀에게 프리볼 기회를 주기도 하고 첫 판에 검은 공을 포켓에 빠뜨려 1게임을 단번에 지기도 했다. 포켓볼은 인생 한판 같았다. 맘과 달리 게임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다. 포켓볼에서 무참히 진 후에 탁구를 했다. 아무리 남편을 이겨보려고 해도 결국 지고 말았다. 대신에 남편은 땀을 뻘뻘 흘렸고 난 멀쩡했다.
숙소로 돌아와 물때를 검색해 봤다. 새벽 1시부터 오전 10시 반까지 바다 갈라짐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기회가 잘 맞아떨어진 셈이다. 하루아침에 일출도 보고, 바다 갈라짐도 볼 수 있겠다 싶었다.
다음 날 날씨는 전날과 판이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었다. 날씨 요정의 미소였다. 해뜨기 전 광경이 어찌나 숭고해 보이던지. 숙소에서 바닷가 쪽을 나란히 바라보았다. 우리 셋은 아무 말하지 않았다. 아마 한 해를 마무리하며 새해의 새 길이 평탄하길 소원하고 있었을 것이다. 새 날의 상서로운 기운과 서서히 밝아오는 붉은빛에 압도당했다.
아침 식사 후에 안내 데스크에서 알려주는 지름길로 목섬에 갔다. 이전에 왔을 때는 숙소에서 잠만 자고 선재도는 둘러보지도 않았다. 그때는 가보지 못했던 그 길이 여느 해외 여행지 풍경 못지않았다.
"풍경이 너무 아름답네요. 할 수만 있다면 1박 더하고 싶어요. 수련원 1층 로비 북카페에서 바다뷰를 배경 삼아 책을 읽다가 이 뒷길을 오가면 무릉도원에 와 있는 것 같겠어요. 우리 꽃피는 4~5월에 꼭 다시 와요."
우리가 감개무량한 듯이 예쁜 섬마을을 보며 들뜬 것은 서막에 불과했다. 그 언덕을 넘으니 넓은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물이 쫙 빠진 바다는 온통 뻘밭이었다. 하지만 목섬으로 향하는 길만 오롯이 황금빛을 드러내고 있었다. 게다가 아침 해를 받은 윤슬은 그야말로 반짝이는 물비늘이었다.
물이 빠진 목섬까지 갔다가 숙소로 되돌아와 체크 아웃하고 다시 목섬 쪽으로 향했다. 잠깐 후에 바라본 목섬의 자태라니… 자연의 신비에 소름이 돋았다. 조금 전만 해도 펄 천지였던 바닷가는 온데간데없어지고 출렁출렁 바닷물이 밀려 들어와 있었다.
바닷물이 차오르니 목섬은 더욱 아름다웠다. 과연 한국의 아름다운 섬 중에 1위다웠다. 우리는 쉼 없이 탄성을 질렀다. 산책로를 걸어서 전망대와 바싹 붙어 있는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식탁에 앉으니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를 듯했다. 바로 앞에 보이는 목섬 뷰가 천만 불이었다. 굴 영양밥으로 점심을 먹으며 뷰 맛집이란 말을 연발했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니.
한 해 동안의 땀과 눈물을 다 잊으려고 떠난 여행이었다. 그런데 선재도 목섬 앞에서 다사다난했던 기억을 바닷속에 수장하는 의식을 치른 것 같았다. 목섬으로 향하는 길을 보니 새로운 희망을 보는 듯했다. 새해에는 그 바닷길을 연상하며 견뎌낼 힘을 얻을 수 있겠다.
(아 참, 섬에서 예약하는 택시는 할증료가 있다는 걸 몰랐다.
그게 무슨 상관이랴?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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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선재도 여행은 별 5개!"라고 외치며 일상으로 되돌아왔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9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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