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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찬양Lim Sep 18. 2022

수행평가를 준비하는 중일이

- 진행 본능도 있었네?


1학기 때는, 행평가 중 하나로 Reader's Theater라는 것을 했었다.

https://youtu.be/P-Suvry_pw8

[Reader's Theater 영상]

뉴욕과 토론토에서 잠시 수업 참관을 했을 때, 이 활동을 접해본 적이 있다.  그래서 수행평가에 그 활동을 약간 변형하여 사용하기로 했다.


먼저 교과서 본문, 'Full House'를 학습한 후에 모둠원끼리 그 대본을 약간씩 각색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창의력이 발산된다. 모둠원끼리 각색을 끝낸 후에 역할을 정해서 읽기 연습을 하고, 수행평가 당일에 교실 앞에 나와서 모둠별로 읽기 활동(Reader's Theater)을 했다.


중일이의 끼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발표를 지켜보던 친구들은 배꼽을 잡고 웃었다. 일단 중일이는 큰 목소리로 읽어서 좋았다. 게다가 보이스 액팅으로 현장감을 더했다. 중일이의 역할은, 현명하게 문제를 해결해주는 Nasaradin Hoja이었다. '나사레딘'은 유머와 위트, 번뜩이는 재치로 삶의 지혜와 인간의 본성을 지적하는 촌철살인의  현자로 유명한 사람이다. 중일이는 그 사람에 대해서 연구를 했는지 자신의 대사를 읽을 때에 본인이 나사레딘인 것처럼 감정을 가득 넣어서 대본을 읽었다. 중일이는 발음도 좋고 청크(Chunk: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단어들이 모인 '의미 덩어리')를 잘 구분해서 읽는 습관도 몸에 배어 있었다. 중일이에게 엄지 척을 해주었다.

[연극 대본으로 된 본문]


2학기 수행평가는, '세계  각국 전통 음식이나 의상 소개하기'를 하기로 구상했다. 먼저 모둠을 짜고 '준비 과정'에 대한 안내를 꼼꼼하게 했다. 중일이네 학급은 경청을 잘하기 때문에 수행평가를 어떻게 준비할지 단번에 알아들었다.


[Team Project: 수행평가 진행 과정 설명 영상]


일단 각 조에 태블릿을 한 대씩 나눠주어 검색하고 자료를 찾도록 했다. 이러한 활동을 하기에 편리하도록 모든 교실이 와이파이가 설치되어 있다. 게다가 교사들은 대부분 수업 자료를 챙겨서 넣어 다니는 카트를 가지고 있다. 나는 수업시간마다 카트를 끌고 다닌다. 수업에 챙겨갈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수업 자료 챙겨 다니는 카트]

조가 무난히 잘 짜이고 수행평가를 위한 준비 활동이 시작되었다. 나는 다른 일을 하는 척하면서 모둠들이 진행하고 있는 모습을 엿보았다. 


- 이건 말이야, 먼저 나라를 잘 정해야 해.

- 맞아, 일본 중국, 미국 이런 건 다른 조도 할 거야.

- 그렇지? 좀 특색 있고 궁금한 나라를 검색해보자

- 그게 좋겠네


서로 의논하며 진지하게 수행평가를 준비하고 있다. 중일이가 모둠원들을 이끌며 활동을 진행하는 모습은 대학생 수준이다.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의견을 조율하고 진행하는 폼이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였다. 다른 조들도 서로 의논하고 각자가 맡을 역할을 순조롭게 잘 정하고 있었다. 기대 이상의 작품이 나올 것 같고 수행평가 점수도 대부분 A 등급(Excellent Job)일 것 같다.


그런데 조원 이름이 잘 적혀 있는지 확인한 후에 도장을 찍어주려고 다니는데, 중일이네 조원 이름 적는 란은 역시나 창의적이다. 조원 이름 다음에 괄호를 하고 조원들을 각각, '두목/ 오른팔/ 왼팔/ 마약상/ 조직원'이라고 적어놓은 게 아닌가?


"니가 두목이라고? 모둠 활동이 무슨 패의 조직이냐?"

- 당연히 이 엉아가 두목이죠." 중일이가 거들먹대며 말한다.

"마약상은 누군데?"

- 정준이요."

"왜?"

- 어울리잖아요?

"넌 두목에 어울리고?"

- 그렇죠?


에구, 중일이는 조금만 틈이 보이면 나대려고 한다. 그래도 이번 수행평가 준비과정을 지켜보니 중일이가 진행 본능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나 언제나 열정적이고 무엇이든지 잘하는 중일이가 대견스럽다.


[계속]

[메인사진: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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