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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찬양Lim Apr 24. 2023

그 반찬가게에 발길을 끊기로 했습니다

- 용기(容器)를 내미는 용기(勇氣)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때는 로켓 프레쉬 배송 등으로 먹거리를 주문했었다. 그것도 식상하면 앱을 통하여 음식을 배달시켜 먹었다.


이제 서서히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고 있다. 그래서 나의 먹거리 구입 방법이 사뭇 바뀌었다. 반찬 가게에 가서 한 주간 동안 먹을 밑반찬을 산다.


지난달에 세컨 하우스를 옮기는 이사를 했는데 마침 전통 재래시장 근처였다. 시장 가까이에 살게 되니 먹고사는 일은 '걱정 뚝'인 셈이다. 그 시장 안에는 반찬 가게가 몇 군데 있었다. 마침내 단골 반찬 가게를 정했다.

[전통 재래시장]

시장에서 사 온 반찬을 찬통으로 옮겨 담고 나면 마치 김장을 끝낸 주부처럼 마음이 푸근해졌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어지간한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


사온 반찬을 찬통으로 옮겨 담은 후에 반찬 찌꺼기가 남은 플라스틱 통을 처치하는 일이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일단 그 플라스틱 통을 깨끗하게 씻어 말린 후에 재활용 분리수거장에 내다 버리곤 했다. 그런데 매주 내가 배출하는 플라스틱은 18개 내지 20개 정도 됐다. 플라스틱 팩에 뚜껑이 있기 때문에 버릴 플라스틱 개수가 곱이 된다. 게다가 플라스틱 통을 씻을 때 세제를 사용해야 한다. 플라스틱 배출에 하수구 오염까지 시키고 있다는 것을 자각했다.


지구에게 미안했다. 내가 먹고살자고 지구에게 몸살을 앓게 했던 것이다.


[반찬을 담아 온 플라스틱 팩/ 잘 씻어서 물기를 빼는 중~ /찬통에 옮겨진 반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곰곰이 생각했다. 결론은, 찬통을 챙겨 들고 가서 반찬을 사 오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과연 그 반찬 가게에서 내가 가져간 찬통에 반찬을 담아줄까? 그냥 팩에 담아둔 것을 건네어 주면 그만일 텐데... 귀찮더라도 그렇게 해주겠다는 반찬가게가 있으려나... 생각이 많아졌다.


'그래도 한 번 부딪혀 보자.'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단골 반찬 가게로 갔다. 필요한 반찬을 다 구입한 후에 용기를 내어 반찬가게 점원에게 말을 꺼냈다.


"혹시 다음에 제가 아예 찬통을 가져와서 사 가도 될까요?"

"네네, 저희가 이 팩에 있는 것을 찬통으로 담아드릴게요."


'어, 이게 아닌데? 그러면 어차피 또 플라스틱 통이 사용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맘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다른 점원이,


"바쁠 때는 그것도 번거로운 일이지."라고 말했다.


'아, 그러면 안 되겠다.'


그래서 나는 일단 그 반찬 가게에 발길을 끊기로 했다. 그 가게의 반찬이 맛은 있었지만 지구를 걱정하는 내 맘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가게였기 때문이다.


팩에 담은 반찬을 한가득 가방에 넣은 채로 기웃기웃 다른 반찬가게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어떤 한 가게는 반찬을 죄다 진열해 둔 것이 아니라 반찬 무더기가 있는 통에서 반찬을 덜어서 팩에 담아내고 있었다.

[출처:픽사베이]


손으로 반찬 무더기를  가리키며,

"이것, 저것 주세요."라고 하면 내가 가져간 찬통에 담아 주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저울에 정확하게 달지 않더라도 어림짐작으로 담으면 그만이다. 지구를 생각하는 마당에 반찬을 약간 덜 담아 온들 무슨 대수겠는가?



플라스틱 시대에 나부터 플라스틱을 덜 사용하여 탄소 발자국을 줄여보고 싶다.

다음부터 반찬통 용기를 반찬가게에 내미는 용기를 내볼 참이다.



[커버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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