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향기와 찬양Lim Apr 09. 2023

뷰를 즐기는 값이 만만치 않다.  

지난해, 꽁꽁 얼어붙은 주택시장 상황 속에서 나의 '세컨 하우스 갈아타기' 일을 잘 해냈다. 그 이야기는 이미 브런치에 소개된 바 있다.

https://brunch.co.kr/@mrschas/221


정년 퇴임을 몇 개월 앞둔 나는 뷰를 즐기며 집안 생활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집을 고를 때 뷰를 즐길 수 있는 집을 일 순위로 정했다. 이사를 끝낸 날 남편이 내게 말했다.


"당신이 그토록 원했던 뷰를 원껏 즐기셔"


그런데 뷰를 즐기려면 일단 창문이 깨끗해야 한다. 그래서 유리창을 닦는 일이 급선무였다. 새로 이사한 아파트는 270도 뷰를 가진 집이었다. 유리창만 잘 닦으면 다각도의 뷰를 즐길 수 있을 판이었다.


창문까지 깨끗하게 닦으며 살기는 쉽지 않다. 우리가 새로 이사해 온 이 집은 단 한 번도 창을 닦은 적이 없는 듯했다. 이사를 한 후에 어느 정도 짐을 정돈을 하고 나니 슬슬 창을 닦고 싶어졌다.


인터넷을 살펴보니 '자석식 유리창 닦이'와 '창문닦이 로봇'에 대한 광고가 많았다. 그런데 댓글을 읽어보니 광고와는 달리 만족하지 못하다는 평이 있었다. 창문과 창문에 끼워서 유리창을 닦는 도구도 있었지만 그것 또한 애로점이 있다는 평이 있었다. 


그렇다면 스스로 창문을 닦아 봐야겠다는 맘을 먹고 거실 유리창부터 닦기 시작했다. 그것만 닦는데 3일이 걸렸다. 그도 그럴 것이 닦아야 하는 유리 면이 총 8군데였다. 이중창에다 창호 두 짝으로 되어 있으니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거기다가 방충망도 먼지 투성이었다. 


아들이 지내고 있는 아파트의 유리를 밀대 걸레로 몇 번인가 닦은 적이 있다. 그래서 슬슬 하면 되겠거니 하고 시작했는데 이곳은 유리에 찌든 때가 심하여 생각과는 달리 무척 힘든 작업이었다.


어림잡아 계산을 해보니 내가 닦아야 할 유리 면이 총 62면이었다. 그래도 무엇을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 생쇼를 하며 유리창을 닦았다. 


세제 희석액으로 먼저 애벌로 닦고 다음은 밀대에 극세사 걸레를 끼워서 닦고 마지막에는 마른 극세사 걸레로 또 닦았다. 그래도 결국 유리창과 유리창 사이 10cm 정도 넓이는 서로 포개지기 때문에 닦기가 불가능하여 포기했다. 창호 고리 때문에 어느 곳으로도 걸레가 들어갈 여지가 없는 사각지대가 있었다. 


그래도 땀 흘리며 힘들게 유리창을 닦은 후에 맑은 창을 통하여 보는 뷰는 신세계였다. 창을 닦기 전과 후 바깥세상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 뷰를 보자고 내가 해야 하는 고생은 너무 심한 듯했다. 거실 유리 부분만 끝마쳤는데도 손끝부터 발바닥까지 온몸이 아팠다. 삭신이 쑤셨다. 그렇게 틈을 내어 한 달 동안 집안의 유리창 대부분을 청소했다. 


이제 지쳐서 더 이상은 유리를 닦을 자신이 없다. 아직 손도 대지 않은 데가 두 곳이다.  안 방 베란다와 현관 쪽 창문이다. 총 10면 정도는 남았다. 


게다가 내가 닦은 유리창이 아주 깔끔한 것은 아니다. 사각지대를 빼고도 청소 만족도는 90% 정도다. 세컨 하우스가 유독 창이 많아서 그렇다 치더라도 이 집의 유리창 닦기가 끝나면 아들이 사는 아파트 유리창도 슬슬 닦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손을 대지 않은 유리창을 닦을 엄두가 더욱 나지 않는다. 


평이 좋지 않은 댓글이 간간이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좋다는 평도 있었으니 속는 셈 치고 '유리창 닦이 로봇'을 구입할 작정이다. 그래서 로봇과 내가 서로 도와가며 창을 닦으면 덜 힘들 것 같다. 



점점 사람들은 뷰에 가치를 두고 있다. 나도 그 뷰를 최대한 즐기고 싶다. 하지만 뷰를 즐기는 값이 만만치 않은 것 같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