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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 찬양Lim Feb 08. 2023

일생일대에 단 한 번만?

- 제가 주택담보대출 한 번 받아봤습니다

 덜컥 집을 샀다.

지난해 11월 14일부터 나는 풍 맞은 주택 시장에 서 있다.

특히 대출 이자 때문에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는 주택시장 빙하기에 부동산 사무실을 들락거렸다.


2개월 동안 집을 팔아 보겠다고 동분서주했고 또한 집을 사겠다고 발품을 팔았다.

일단 집이 팔려야 했다.

그러나 그토록 팔고 싶었던 집을 여전히 팔지 못했다.


그러는 와중에 우리가 원하는 조건의 매물이 있어서 덜컥 매매 계약을 했다.

부족한 자금 때문에 DSR 범위 내에서 주택담보대출을 하기로 했다.

물론 내놓은 빌라 2채가 팔리기만 한다면 대출금을 상환하고도 남을 것이다.


담보대출을 하고 여유 자금을 탈탈 긁어 모아도 아파트 구입 자금이 부족했다.

다행히 친정 여동생이 부족한 부분은 일단 융통해 준다고 해서 안심이 됐다.


우리의 주택구입 자금 내역서는?

주택 담보 대출금+여유자금+차용금(여동생)이다.


공인중개사는 K은행의 이율이 다른 은행에 비해 낮은 편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은행 대출 규정 조항에서, 매도인 외 다른 사람이 그 주소지에 함께 전입 등재되어 있으면 그 사람도 동의서 등협조해야 한다고 했다.

담보대출을 생각한다면 미리 해당 주소지에 전입된 세대를 확인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우리가 계약한 집은 매도인과 함께 그의 아들 세대가 전입되어 있었다.

K은행을 통한 담보대출은 그것 때문에 뭔가 번거로울 것 같아서 단념했다.


이율이 약간 더 높더라도 그 조항을 따지지 않는 S은행과 거래를 하기로 했다.

S은행 대출상담사와 연결이 되어 구비 서류를 안내받았다.

- 가족관계 증명원 1부(주민번호공개) 개명 시 초본 1통
- 등본 1부 (주민번호공개)
- 인감 2부/(인감도장 소지)
- 계약서 사본
- 계약한 주소의 전입 세대 열람 발급 -동사무소 무인기에서 발급)
- 20, 21년도 소득금액증명원 또는 원천징수영수증 (대표자 직인 필수)


대출 상담사에게 안내받은 서류를 다 갖추었다.

주민센터에서 나의 소득금액 증명원을 발부받았다.

신기했다.

직장도 아니고 은행도 아닌 주민센터에서 나의 소득이 확인된다는 것이...




그러다가 챗봇과 함께 쉽고 편리하게!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광고하는 K**뱅크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알아봤다.

거기는 주택담보대출 이자가 기존 다른 은행보다 꽤 쌌다.

고금리 시대에 대출 이자는 매우 민감한 사항이다.

복잡한 서류제출도~
버튼 하나로! 끝!
번거롭게 은행 영업점을 방문할 필요 없이~

인증서로 간편하게 서류 제출을 대신할 수 있습니다.
인증서로 확인이 불가능한 서류는
원본을 촬영하여 이미지로 제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K**뱅크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보려고 챗봇을 시작했다.

챗봇에서 어느 단계에 이르니 그제사 대출에 필요한 제반 서류를 안내했다.

S은행에서 요구하는 관련 서류와 대동소이했다.

그런데 S은행과 달리 원천징수 영수증재직 증명서가 더 필요했다.

부랴부랴 행정실에 가서 그 두 가지를 추가로 발부받았다.

마침내  K**뱅크 주택담보대출 온라인 대출 과정의 마지막 버튼을 눌렀다.

모든 과정은 순조롭게 잘 진행되었다.

마지막에 상담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저희 은행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출해 주신 서류는 이상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저희 은행 주택담보대출에 관해 자세히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네, 네!" 서류 제출에 대해 이상이 없다는 말에 나는 안심이 되었다.

'내가 무사히 온라인으로 대출 과정을 다 통과하다니...'

대출 서류 제출에 통과한 것이 마치 취업 서류 전형에 합격이라도 한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제출한 서류를 검토한 후에 나에게 선뜻 큰돈을 빌려준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상담원이 상냥하게 안내 멘트를 시작했다.

"그럼 지금부터 안내할게요. 지금 구입하시는 주택을 포함하면 2 주택이 되는 거죠?"

"아, 잠깐만요. 기존의 아파트 외에 공시지가 1억 미만인 빌라가 2개 더 있어요.

그것이 팔리지 않아서 대출을 받는 것입니다."

"네? 그러시다고요?"

상담원은 ARS과 같은 톤으로 말하다가 갑자기 말투 바꿨다.

"그러면 이번에 신청하신 건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불가능합니다. 

저희는 그런 경우에 그 빌라도 주택 수에 산입을 합니다."  

"그래요? 아....... 아쉽네요."

공인중개사를 통하여 여러 번 확인해 본 결과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빌라 대출할 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었다.

은행마다 약간씩 다른 잣대와 규정을 가지고 대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헛고생만 하고 K**뱅크 주택담보대출 신청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날, S은행 대출 상담사로 부터 서류가 다 갖추어졌는지 묻는 문자가 왔다.

완료되었다고 답장하니 대출 신청서를 작성할 시간을 잡자고 했다.

안녕하세요?
S은행 상담사 박ㅇㅇ입니다.
서류 준비되셨으면 내일 시간 어떠신지요?


나는 대출상담사에게, 빌라 2개(공시지가 1억 미만)를 더 소유하고 있어도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네, 상관없습니다. 저희 은행은 그런 경우에도 가능합니다."

그제사 안심이 됐다.


부동산 사무실에서 은행 상담사와 대출신청서를 작성했다.

신청서에 대출 금액을 숫자가 아닌 한글로 적었다.

신청서에 나의 이름을 여러 군데, 여러 번 적었다.

마침내 대출 신청서를 완성했다.


"대출 가능한 거 맞죠? 확실하죠? 만약 대출이 안 되면 아파트 구입이 불가능합니다.

아, '담보대출이 가능해야 구매하겠다.'라고 매매 계약서 특약에 적었어야 했는데..."

나는 걱정이 되어 그 대출상담사에게 말했다.

K**은행 대출에서 퇴짜 맞은 것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다.


"걱정 마십시오. 제가 이 일을 20년 넘게 해오고 있습니다. 대출이 안 될 이유가 없습니다." 

주택상담사의 확신에 찬 대답을 듣고 나니 취업에 성공한 사람처럼 기분이 좋았다.

빚이 한아름 생기는데도 왠지 뿌듯했다.


그 자리에서 상담사의 안내를 받아 은행 앱을 깔고 '통장 만들기'를 했다.

요즘은 은행을 방문하지 않아도 모바일을 통해 통장이 개설됐다. 


한 달쯤 지나고 나니 그 은행 '카드 만들기'도 해야 한다고 연락이 왔다.

상담사가 보내온 링크를 열어서 여러 단계를 거쳐 '카드 만들기'를 진행했다.

은행에 가지 않아도 카드가 발급됐다.

통장을 개설하고 카드도 만들어 놓았으니 대출 이자 솔솔 빠져나갈 것이다.


대출을 안고 집을 마련하려니 여러모로 성가신 일이 많았다.

그래서 주택담보대출은 일생일대에 한 번이면 족할 것 같았다.

요즘처럼 은행 대출 금리가 높을 때 주택담보대출을 받았으니 잠이 제대로 올 지 모르겠다.

자산 범위 내에서 집을 장만하지만 내놓은 집이 팔리지 않으니 빚쟁이가 되었다.

제가 주택담보대출 한 번 받아보았습니다.

[커버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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